지난 5일 오후 2시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의미와 디지털 대중 저널리즘을 조명해보는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 토론회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인터넷에 형성된 공론장이 온라인에 머무는 것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촛불문화제에서 드러난 사회문화적 측면을 조명하는 것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 지난 5일 오후 2시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 토론회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개최됐다. ⓒ송선영
"짤방, '짧고 샤프하게' 최대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

토론에 앞서 "짤방, 짧게 그러나 샤프하게"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솔잎 학생(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은 10대들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인 '짤방'을 소개하며 촛불문화제에서의 짤방의 활약을 소개했다.

'짤림 방지'의 줄임말인 짤방은 젊은 세대들의 이미지로 빠른 의사 전달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인터넷 문화다. 글보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글은 '짧고 샤프하게'하되, 인터넷 용어를 총동원해 최대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쉬운 예로 한 아기가 이명박 대통령의 코를 잡고 있는 사진에 "숨쉬지마 산소아까워"라고 자막을 넣은 것이 대표적인 짤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발제자로 참석한 박솔잎(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학생. ⓒ송선영
박솔잎 학생은 "10대들은 인터넷과 현실세계의 구분없이 직설적인 글을 선호한다"며 "익명성을 이용해 넷 상에서 모이고 이후 오프라인모임에까지 이어진다"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이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10대들의 짤방 문화는 촛불문화제에 나온 청소년들의 피켓 문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 아직 15년 밖에 못 살았어요" "쥐 잡으러 가자" "고3인데 여기있다!"등이 그 예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예란 교수(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는 이에 대해 "87년 당시 가장 상징적인 것은 대자보였다"며 "매 중요한 시기마다 혐오하는 대상에 대한 소통은 대중이 만드는 것 같다"라고 짤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87년 당시, 죽음으로 대결한다는 식의 표현과는 달리 지금 10대는 본능적인 것에 대한 반발로, 원초적, 기본적"이라고 언급한 뒤 "언젠간 가벼워지고 말 것이라는 걱정도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무섭다"고 말했다.

손수희(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과정)씨는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한 지금의 20대는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면서 이게 곧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며 "인터넷 댓글도 조심스러워한다"고 짤방문화와 사뭇 다른 20대를 설명했다.

손 씨는 이어 "지금은 확실히 자기 표현의 시대인 것 같다"면서 "짤방은 시선을 끌기 위해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으로 텍스트와 멀어져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 지난 5일 촛불문화제에 등장한 대표적 짤방사진. ⓒ정은경
"인터넷 아고라, 많은 언론인과 비평가들 출현"

"아고라, 대중교통망을 접수하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영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은 "인터넷 아고라에 출현하는 많은 비평가, 이론가, 분석가들이 생산하는 학술 저널리즘과 비평 저널리즘이 전통적인 저널리즘에 어떻게 도전하고 어떤 새로운 저널리즘 형식을 창조하는지 눈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소장은 이어 "저널리즘 장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변환은 시작되었다"며 "인터넷 아고라에서는 많은 언론인과 비평가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에서 드러난 다음 아고라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의료봉사단과 예비군부대가 아고라를 통해 조직되었는가 하면 촛불문화제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조중동에 광고를 주는 기업에 대한 직접 행동에 돌입, 실제 기업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졌다.

"아고라의 행동, 긍정적" VS "아고라의 무조건적 긍정화, 반성 필요"

이에 대해 한겨레 서정민 기자(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는 "언론노조에서는 조중동에 부채와 스티커로 홍보한 것에 반해 다음 아고라는 직접 광고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서 기자는 "이는 조중동이 무서워하는 가장 약한 고리를 파악한 것으로 실제 최근 조중동이 겁을 먹고 논조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며 아고라의 행동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는 달리 최진성 다큐멘터리 감독은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현상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문제를 지적, "아고라에서 이야기 하기만 하면 긍정화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예로 예비군 부대를 꼽았다.

▲ 토론자로 참석한 최진성 다큐멘터리 감독. ⓒ송선영
최 감독은 "여자들이 약하기에 앞서서 보호한다는 예비군들의 모습은 가부장적 마초의 모습"이라고 꼽은 뒤 "아고라를 중심으로 무조건 예비군을 칭찬하고 무조건적인 구세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촛불소녀 개념도 마찬가지로, 촛불소녀라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도 가부장적 사고가 반영돼 여성이란 상징성을 내세우면서 마초 남성들이 이를 구해주는 식으로 담론화 되어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촛불문화제를 보는 각각 세대간의 다양한 주장이 이어졌다.

박솔잎 학생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물대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엄마는 '쳐들어가자'고 발한 반면 나는 '인터넷에 후기를 쓰면 댓글이 많이 달리겠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은 "기존의 미디어 운동이 근거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10대들은 감수성 게릴라전"이라면서 "결국 이는 소통의 문제로 촛불이 꺼진 다음에 이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이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과의 대화를 통해 대중적 소통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분법적으로 기성세대와 새로운 촛불세대를 구분하는데 이는 구분이 아닌 다양성의 문제"라고 지적한 뒤 "민주주의는 다원성이라고 머릿속에서만 수없이 이야기했다"며 촛불문화제에서의 다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디어행동 후원과 공공미디어연구소와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의 주최로 이뤄진 이날 토론회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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