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야구선수 조성민씨의 죽음이 연일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보도 경쟁을 지적하는 언론 내부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6일 일제히 조성민씨의 죽음 관련 보도를 3번째 혹은 4번째 꼭지로 전면 배치했다. SBS <8시뉴스>는 네번째 꼭지 <조성민 숨진 채 발견‥자살 추정>에서 조성민씨의 죽음을 크게 다뤘고, 조성민씨가 목을 맨 곳이 여자친구인 박 모씨 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비운의 가족사 "애들은 어떡하라고...">에서는 남겨진 남매에 대한 대중들의 걱정을 담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는 조씨의 부친을 비추기도 했다.

▲ KBS <뉴스9> 6일자 <가족 세 사람 모두…>. 방송 3사가 자살보도 윤리에 대해 더 민감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S <뉴스9> 역시 세번째 꼭지 <숨진 채 발견…자살 추정>에서 "(조씨는) 숨지기 전 어머니에게는 죄송하다며 아들이 없는 걸로 해달라는 내용으로, 여자 친구에게는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경찰은 외상이나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내일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번째 꼭지에서도 <가족 세 사람 모두…>라는 제목으로 조씨의 삶을 파헤쳤다. KBS는 "일본에서 활약하던 야구선수와 당대 최고 배우의 결혼식은 모두의 관심속에 치러졌다"며 과거 조씨와 영화배우 故최진실씨의 결혼 생활을 알렸다. 이어 "2004년에는 조성민 씨가 가정폭력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고, 이해 이들의 결혼생활은 막을 내렸다"며 "재기에 성공했던 최진실 씨가 2008년 목숨을 끊은 뒤에는 남은 두 아이의 양육권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네번째 꼭지 <故 최진실 前 남편 조성민 사망>에서 조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이어지는 <최진실·최진영·조성민 비운의 가족사>를 통해 타 방송사들과 다를 것 없이 가족사를 파헤쳤다.

방송 3사뿐 아니라, 보수·진보 일간지들도 일제히 조성민씨의 죽음과 관련한 보도에 열띤 경쟁을 펼쳤다. 다음은 7일자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

조선일보 <울타리 돼주던 가족이 자살하면…남은 가족도 같은 선택할 확률 4.2배 높아져>, <前부인·처남 이어 자신마저... 인생 5회말서 접은 야구스타> (10면)
중앙일보 <화려했던 스타 커플의 계속되는 비극>, <자살 트라우마…유가족들 전쟁 같은 충격 시달려>(12면)
동아일보 <연쇄자살 비운의 가족史 뒤엔 악성댓글이>, <"유명인일수록 평판에 민감">(3면)
한겨레 <조성민 마지막 말 "한국서 살길 없어">(11면)
경향신문 <한국 야구 '황금세대 92학번'… 부상·방출·사업 실패 '비운의 야구스타'>, <남겨진 아이들은 어쩌나>, <'자살 트라우마'…유가족들 우울증·죄책감에 시달려>(6면)

▲ 조선일보 7일자 기사.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조성민씨와 최진실씨의 연인시절 사진을 배치했다.

각 일간지들은 사회 또는 종합 면에서 조씨의 죽음을 경쟁적으로 다루며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삶, 故 최진실씨와의 결혼 생활, 남겨진 가족들의 비극 등을 보도했다. 특히 일부 연예매체들은 조씨의 두 자녀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공동제정한 '자살보도를 위한 실천 요강'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캡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성민씨와 최진실씨과 같은 유명인들의 자살은 특정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살의 방법을 자세히 이야기하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적으로 높여서는 안 된다는 '자살보도 윤리 강령'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성민씨 자살보도와 관련해 보도를 최소화하려는 언론사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미 관계가 끝난) 최진실씨의 이야기가 가십거리로 또다시 나오는 것은 고인의 주변 지인까지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독자층이 한정된 신문사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송사가 자살보도 윤리에 대해 더 민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공동제정한 자살보도 윤리강령

△언론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서는 안되며 주변상황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쉽고 유용한 방법으로 묘사해서는 안된다.

△언론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서는 안된다. 단,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와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언론은 자살 동기에 대한 단편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이를 보도해서는 안된다.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해서는 안된다.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된다.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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