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PD·아나운서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이 내쫓기고 있는 '엄동설한'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MBC 기자들의 노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은 6일 첫번째 꼭지 <'48%는 지금...'>에서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5일 부산으로 내려간 '희망버스'를 조명했다.

▲ MBC <시사매거진2580>은 6일 방송을 통해 '희망버스'와 노동자들의 죽음을 타 방송사들에 비해 비교적 심도있게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 <시사매거진 2580>은 대구와 광주를 각각 찾아 시민들의 기대와 의견을 묻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첫 화면을 구성했고,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함께 증폭되고 있는 세대별·계층별 '갈등'을 비교적 균형있게 다뤘다.

특히 <'48%는 지금...'>의 진행과 취재를 담당한 정시내 기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낙담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12월 21일 숨진 한진 중공업 노조원 고 최강서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정 기자는 2011년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최강서씨가 노사합의로 가까스로 복직을 했지만, 복직 이틀 후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무기한 휴직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 최강서씨 아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씨가 겪었던 고통과 대선 후 느꼈던 절망감을 알렸다.

방송 3사가 그간 외면했던 '희망버스'도 빠트리지 않았다. <시사매거진 2580>은 "최씨에 이어 현대 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이운남씨 등 무려 노동자 5명이 목숨을 끊거나 숨졌다"라는 정 기자의 멘트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 '희망버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정 기자는 "이들은 양극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을 상징하는 만큼 대통합을 위해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해고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52대 48을 떠나 국민 모두를 하나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포용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등의 멘트를 덧붙이며 대선 이후 겪고 있는 세대·계층 간 갈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달했다.

이어, 그는 "엊그제 여당 원내대표가 평택 쌍용차 농성 현장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이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작은 출발점이 돼, 5년 뒤 대선에서는 이번 같은 극단적인 대결과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며 13분 동안 진행됐던 첫번째 꼭지를 마무리했다.

▲ MBC <시사매거진2580>의 정시내 기자.

아이템을 기획하고 보도를 담당했던 정시내 MBC 기자는 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노동계에 계신 분들이 MBC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한진 중공업에 갔을 때도 취재 전에 연신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정 기자는 "그들이 처해있는 현실이 매우 어려운 상태로 취재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외려 2580의 보도를 보고 많은 분들이 한진 중공업과 쌍용차의 본질적 문제를 깊게 파헤치지 못했다고 혹평하셨는데, MBC 보도가 부족하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은 달게 받고 경청할 것이다. 기자로서 정말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정 기자는 "이미 편집이 끝난 상태에서 5일날 출발한 희망버스를 집중적으로 다루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며 "이번 아이템은 노동자 개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박근혜 당선인이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했기 때문에 희망버스보다는 노동자들과 박 당선인을 중심으로 보도가 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비정규직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보도해 MBC를 좋아했던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정시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1. 이번 노동계 취재와 관련해 어려움은 없었나?

솔직히 많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MBC에 대해서 실망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노동계 쪽 취재를 가면 큰 거부감을 보이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간의 MBC를 보면서 참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을 하시고 배신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실제로 접했을 때는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웠다. 저희들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진 중공업 취재 때도 연신 죄송하다, 볼 면목이 없다는 등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나서야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어깨가 무겁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만 저희가 드렸던 상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어떻게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2. 사실 <시사매거진2580>의 보도가 희망버스와 노조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송에서는 찾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이번 대선은 특히나 세대·지역·이념·계층 간 갈등이 컸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48%는 실망이 매우 컸고 이미 좌절한 상태였다. 특히 노동계 쪽에서는 극단적인 자살을 하는 노동자가 계속적으로 나오기도 했고. 선거가 유례없이 치열했던 만큼 이후에도 국민들이 갈라져 있었고, 그런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계층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언론이 대신 정치권에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만약 언론이 이를 방기할 경우에는 제2·3의 최강서씨가 나오는 등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게 대통합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좌절과 실망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또, 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방송 3사에서 제대로 보도된 적이 없었다는 것도 반성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담고 싶었다.

3. 그런데 희망버스를 다루면서 '희망버스'라는 '조어'에 대한 설명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이야기는 빠진 것 같다.

일단 시간이 한정돼 있다보니까 그런 부분을 깊게 다룰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혹평과 비판이 끊임없이 트위터 상에서 있었다. 시사매거진2580의 한 꼭지 13분에 한진 중공업과 쌍용차 문제의 본질을 전부 다 짚을 수는 없었다. 또, 방송은 일요일(6일) 나가야만 했다. 희망버스가 토요일 아침 9시 반에 출발해서 일요일 새벽 1시 이후에나 서울에 도착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을 넣기 어려웠다. 하지만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대학생의 인터뷰를 (방송에) 녹이려는 노력을 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아이템은 노동자 개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박근혜 당선인이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했기 때문에 희망버스보다는 노동자들과 박 당선인을 중심으로 보도가 된 것은 사실이다. 박 당선인이 해고 노동자에 대한 복직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을 적극 실현해달라는 걸 강조하다보니 희망버스는 인터뷰로만 처리하게 됐다.

4.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2580에는 참 많은 기자들이 있다. 기자들은 힘 없이 소외된 분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다룰 것이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힘들었던 노동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와 관련한 보도를 위해 깊은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이번 보도에 대해 좋게 평가하시는 분, 혹평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적극 경청할 것이고 매번 신경을 쓰고 보도할 것이다. 금방 좋은 아이템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MBC를 사랑하시고 기대하셨던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 다시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미흡하지만 이렇게라도 시작하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보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말 부족하지만 그래도 일선에서 MBC 기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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