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촛불문화제 장소가 덕수궁 앞 대한문으로 변경됐다. 북파공작원 단체들이 현충일을 맞아 ‘특수임무수행자 추모제’를 열겠다며 서울광장을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 북파공작원 단체인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소속 100여명의 회원들은 5일 오후 1시경 갑자기 서울시청 부근에 나타나 수 천여 개의 위패와 태극기를 광장에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5일 오후 7시부터 ‘대한민국 특수임무 전사자 합동위령제’를 열겠다고 밝힌 뒤 서울광장 주변을 플래카드 등으로 차단,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특수임무수행자회측은 “5일 밤 북파공작원 희생자 추모행사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고, 현충일인 6일에는 10시부터 위령제를 시작해 일몰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소속 100여명의 회원들은 5일 오후 갑자기 서울시청 광장을 '점령', 촛불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 민임동기
하지만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이들에게 격렬히 항의하면서 일부 충돌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를 방해하기 위해 정부가 동원한 것 아니냐” “왜 시민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광장을 마음대로 차단하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한 시민은 “갑자기 위령제를 이곳에서 개최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면서 “시민들과의 충돌을 유도하기 위해 누군가가 동원한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들은 광장을 가로막고 선 이들 북파공작원단체 소속 회원들을 향해 ‘누가 시켰느냐’ ‘일당은 얼마나 받았느냐’ ‘너희들이 이명박 특수부대냐’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소속 100여명의 회원들은 5일 오후 갑자기 서울시청 광장을 '점령', 촛불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 민임동기
이번 북파공작원단체들의 추모행사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들이 사용 신청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 또한 이들이 서울광장에서 집회신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을 에워싼 채 시민들의 광장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40경 “이들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촛불 문화제 장소를 덕수궁 앞 대한문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책회의 측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이후 태평로 앞으로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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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들 북파공작원 단체는 지난 4일 보훈의 달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10여명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시는 이 행사와 관련, 보훈단체 쪽에 “5일 이후 사흘 동안 서울광장 사용 계획이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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