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사내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던 한 기자를 갑자기 행정부서로 전보조치를 해, '보복성 인사'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0일' 최장기 파업이 끝난 지난 7월 중순 이후, 이용주 MBC 기자는 파업 이후 신설된 보도국 산하 중부권 취재센터로 발령이 났다가 스포츠 취재부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뉴스 리포트를 제작해왔다. 하지만 인사 이동이 있었던 지난 2일, 비보도 부문인 미래전략실로 전보 조치를 받게 됐다. 이 기자는 MBC의 여당 편향적인 뉴스 보도, MBC가 당면하고 있는 숱한 문제점들을 외면한 회사 특보, 신천으로 직원들을 쫓아낸 사측의 부당한 교육명령 등을 비판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업무 게시판에 올린 바 있다.

이 기자는 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으로 황당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과연 MBC가 공영 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현 MBC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래전략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이 기자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답한 뒤 긴 침묵을 가졌다. 미래전략실은 장기 파업 이후 신설된 부서로 허일후 아나운서, 김완태 아나운서, 송일준 <PD수첩> 전 PD 등 파업에 참가했던 MBC 직원들이 인사 발령을 받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 권재홍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 이용주 MBC 기자 - 2011년 12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다음은 이용주 기자와의 일문일답.

미디어스(아래 미) : 심경은 어떤가?

이용주(아래 이) : 참으로 황당하다. 과연 MBC가 공영 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사람을 필요에 따라 필요한 장소에 배치할 수는 있지만, 그간 MBC 내부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일련의 일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말을 듣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미 : 어떤 글을 올렸는지 알고 싶다.

이 : 어떤 글이 문제가 돼 (전보)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최근 MBC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신천으로 발령이 사람들을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는 글을 남긴 적도 있었고. 그런 것들을 불편해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MBC가 당면하고 있는 보도나 인사의 숱한 문제점에 대한 얘기는 빠진 채, 시청률과 보도국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던 회사 특보를 꼬집기도 했다.

미 : 전보 조치에 대해 대응할 생각이 있는가?

이 :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없다.

미 : 비보도부문인 미래전략실로 전보 조치를 받았다. 미래전략실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이 : 오늘이 둘째 날이다. MBC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등 방송의 신 성장동력을 논의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점심과 저녁에 뭘 먹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나 동료들끼리 얘기하고 있다.

미 : 이 기자의 전보 조치는 사내 비판을 불허하겠다는 말인데, 내부 기자들의 의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 : (긴 한숨) 그렇다. 취재만 해왔던 사람이 이렇게 취재원이 되어 처한 상황을 말씀드리는 게 어색하고 몹시 낯설고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주위 동료들, 동기들도 당황스러워 한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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