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1월 2일 오후 11시

겨우내 계속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과 대선 이후 잇따른 자살 등의 노동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지만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의 보도는 파장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디어스>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난해 10월 17일부터 1월 1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죽음을 심도있게 다룬 보도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방송 3사가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순위 추이'를 일일이 보도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방송 3사의 노동 관련 보도는 초라한 수준이다.

▲ KBS <뉴스9>의 12월 30일자 리포트 <비정규직 대책은?>. KBS는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을 알렸지만, 보도의 방점은 박근혜 당선인의 비정규직 정책 공약에 찍혔다.

그나마 KBS가 상대적으로 우리사회가 직면한 노동 문제를 짚고자 했다. KBS <뉴스9>는 <비정규직 시행 5년…고용의 질 급락(2012년 11월 13일)>, <대기업 사내 하청 만연…해법 있나(2012년 11월 19일)> 등을 통해 비정규직 법과 사내 하청 등 노동 현안을 다른 방송사보다 비교적 비중있게 다뤘다.

또, 지난해 10월 18일자 리포트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2명 철탑 농성 돌입>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돌입을 유일하게 보도했고 12월 30일자 리포트 <비정규직 대책은?>에서는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22일엔 현대중공업에서 이어 한국외대 소속 노조원이 2명이 잇따라 숨졌다"며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대선 이후 첫 죽음이 발생한지 일주일 넘은 시점에서야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룬 것이었으며, 이 마저도 리포트의 방점은 '박근혜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이었다.

KBS 간판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1년에 10만명, 정리해고의 그늘(2012년 10월 10일 방송)>, <2012 대선 핵심쟁점 - 경제민주화(12월 5일 방송)>, <송년기획 '돌아보다 2012'(12월 26일 방송)> 등을 통해 정리해고의 문제와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MBC의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는 <현장 M 출동 - 현대차 정규직화 놓고 극한 대치>(11월 4일), <잇따른 안전사고 사고마저 하청?>(12월 4일)을 통해 심층 취재를 했으나, 보도의 비율이 KBS보다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12월 26일자 보도 <"고공시위vs무관심"…해법은?>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현대차 노동자, 그리고 용역폭력에 의해 노조가 와해된 유성기업 노동자의 농성을 소개했지만, 이들이 내려오기 위해서 어떠한 대책에 필요한지 심층 보도하기 보다 송전탑 위에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단순 소개하는 것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MBC <시사매거진2580>은 <철탑농성 이유는?>(11월 4일)을 통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문제점을 분석한 바 있다.

반면 SBS의 메인 뉴스의 경우, 심층 취재가 KBS와 MBC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고공농성, 폭력을 가하는 용역 등 노동 현안을 분석하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다.

▲ SBS <8시뉴스>의 31일자 리포트 <"철탑 위에서 맞는 새해">.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근황을 알리는 보도였으나, 이들이 내려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분석은 빠져있다.

조사기간 동안 SBS <8시뉴스>는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을 외면했고, 고공농성의 상황을 단 한 차례만 보도했다. 12월 31일자 리포트 <"철탑 위에서 맞는 새해">를 통해 50m 송전탑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최병승·천의봉 씨와 40일 넘게 철탑 농성을 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 3명의 근황을 전했을 뿐이다.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12월 22일 '눈 먼자들의 도시' 편) 용역 경비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했던 SJM 노조원의 모습과 이를 외면했던 경찰의 직무유기를 알렸고,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사회적 중요도에 비해 노동 관련한 보도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언론의 근본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1일 <미디어스>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노동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도를 했다"며 "출총제나 순환출자 규제 등 재벌에 대한 견제 장치들이 경제민주화의 전부인 것처럼 보도를 하다보니, (실제 생산 영역에서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보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삶은 외면하면서 노동 관련 제도 개선만 떠들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한 번이라도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며 "노동을 천시하는 이데올로기가 언론 내부에 만연하기 때문에 보도의 양이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도 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들은 노동자 죽음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 노동 자체에 대한 이해 수준은 매우 떨어진다"며 "이를 위해 노동자의 '죽음'에만 관심을 갖는 사회적 몰이해가 개선돼야 하고 그들이 절망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 노동의 상황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 학장은 또, "노동자 개인의 죽음에는 그나마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갖지만, 그보다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노동기본권"이라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한 사업장 내에서 많은 노동자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지, (언론과 우리사회의) 노동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은 아니었다. 언론과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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