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촛불집회 참석자 '도심시위' 어떻게 보십니까"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820명이 참여한 결과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632명(7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77%가 촛불문화제 참석자의 거리 시위를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기에 할 수 밖에 없는 시민들의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보는 것이다.

뒤이은 의견으로는 '평화 시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가 20%(161명), '도심시위는 불법이므로 중단해야 한다'가 3%(26명), '경찰을 자극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0%(1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매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반문한다. 진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냐고.

촛불문화제가 이어진지 한 달이 지났다.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국민들은 여전히 오후 7시가 되면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다른 한손엔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이란 빨간 피켓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으로 어김없이 모인다. 그리고 후엔 도로 곳곳을 누비며 "이명박을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등을 외치고 경찰은 매번 이들을 통제하느라 바쁘다. 2008년 6월 대한민국의 익숙한 풍경이다.

그간 정부는 매일 저녁 청계광장과 시청에서 밝혀지는 수만 개의 촛불의 울림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짐작하건데 '며칠 저러고 말겠지'라고 판단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발적 움직임을 보이는 시민들을 향해 어찌 '촛불문화제를 선동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저급스런 유머를 쓸 수 있을까.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일부 언론이 조장하는 괴담이라 치부했고, 촛불문화제에 나서는 수많은 발걸음을 '괴담'에 휩쓸린 우매하고 몽매한 집단으로 폄하했다. '국민을 섬기겠다'던 정부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뻔뻔함'으로 무장한 지금 이 상황을 어느 나라 국민이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모르쇠'에 뿔난 시민들은 지난 5월 24일 밤, 청계광장이 아닌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매웠고 청와대 행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큰 충돌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의 주관적 견해를 덧붙여 상황을 설명하자면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25일 새벽 12시 경, 경찰은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크고 작은 마찰을 일으켰고 시민들에 이에 크게 반발해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연신 외쳤다.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며 경고 방송을 내보내는 경찰을 향해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며 평화시위를 보장하라고 되받아쳤다. 결국 경찰은 이날 새벽 4시 40분, 시민들을 해산한다는 명목으로 물대포를 발사했으며 일부 시민들을 연행했다.

일부에서는 촛불문화제 참석자가 '평화시위'라는 규정을 벗어나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시위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맞다. 경찰이 매번 집회 때마다 친히 '경고방송'으로 일러주는 것처럼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시민들의 위법성을 운운하기 전에 왜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게 되었는가를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난 1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송선영
처음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바람은 하나였다. 잘못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인정하고 재협상 하라는 것. 하지만 정부는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진심으로 헤아리지 않았고 오히려 공권력을 동원해 촛불을 꺼트리려 부단히 애를 썼다. "촛불문화제에 사용한 촛불이 어디에서 났는지 조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는... 참으로 많은 시민들의 할 말을 잃게 만들 뿐이었다.

지난 2일과 3일 서울에는 거세게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우비와 우산을 챙겨 늘 그랬듯이 자리를 지켰다. 그 자리를 지키는 변함없는 시민들과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 강경한 대통령.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지 쉽게 가늠할 수 없으나 적어도 정부의 변화가 없는한 촛불은 꺼질 것 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있다.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한 외상도 시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지만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망가지는 현장을 보며 무너지는 억장을 추슬러야하는 마음의 상처가 더욱 클 것이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뜻에 굴복하는 것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지율이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국민 여론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임은 분명하다. 부디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권위조차 잃지 않도록 국민 앞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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