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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안 한다던 청년, 투표권 보장 외치다[인터뷰]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김수정 수습기자 | 승인 2012.12.31 12:31

청년 세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투표도 안 하는 생각 없는 세대’로 치부되기 일쑤다. ‘분노도 연대도 모르는 20대’를 ‘포기’한다던 20대 개새끼론은 변주된 모양새로 대선 후 다시 등장했다. “내가 당신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음을 저주합니다!! 자기 권리조차 수호할 수 없는 젊은 그대 그냥 그렇게 착취당하시라!”며 청년 세대에게 18대 대선 결과의 책임을 돌리는 트윗을 남긴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 청년 세대의 투표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8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투표율은 65.3%로 17대 대선(46.6%), 16대 대선(56.5%) 보다 높아졌다. 19대 총선의 경우 19세 47.2%, 20대 전반 45.4%, 20대 후반 37.9%를 기록해 18대 총선과 비교해 각각 10%P 이상 올랐다.

청년 세대는 또한 대선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도 힘을 보탰다. △밤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등 2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투표권보장공동행동에는 참여연대, 민주노총만 있던 게 아니다. 청년유니온, 경제민주화 2030 연대, 서울청년네트워크, 청년노동광장, 한국청년연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등 많은 청년단체들도  참여했다.

청년유니온은 투표권 보장 활동을 위해 모인 청년단체 중에서도 단연 활약한 곳이다.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청년층의 권리 신장과 노동환경 개선에 힘써 온 청년유니온은 정 여사 버전 1인 시위를 가장 먼저 제안, 투표시간 연장을 ‘띄웠다’. 브라우니 인형과 함께 정 여사로 분한 청년들이 투표시간 연장을 외치며 1인 시위하는 장면은 수 차례 기사화돼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는 여전히 ‘투표날 놀러가고, 투표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들’에 가깝게 조명된다. 자기 세대를 바라보는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표권 보장 활동에 나선 ‘청년’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디어스>는 청년유니온의 양호경 정책기획팀장을 만나 청년 세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양호경 팀장은 “지금의 30대도, 지금의 40대도 20대 때 투표 안했다”며 “찾아보니 80년대부터 세대별 투표율은 항상 그래왔더라”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2002년보다 전체투표율은 5% 올랐지만 20대 투표율은 9% 올랐다”며 오히려 청년 세대의 투표율이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표율 제고 방안을 묻자 양 팀장은 “우선 청년 세대가 사회, 경제적인 토대를 갖고 제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권 보장 활동 중 얻은 가장 큰 수확을 물으니 양 팀장은 “투표시간이 짧다는 것을 인지해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 팀장은 또 “선관위의 투표 독려방송에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시민사회의 ‘투표권 보장 운동’에서 당초 요구하던 2가지가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새누리당의 반대로 투표시간 연장이 무산됐고, 선거일 유급 휴일 지정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양 팀장은 “활동은 지루한 일이고 현실은 당장 바뀌지 않는다”고 덤덤히 말했다.

비록 두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시민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투표라는 행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투표시간 연장 서명에 10만 명이 넘게 참여하는 등 열의를 모았다. 투표권 관련법을 고지하고 노동자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압박에 최대 외식업체인 CJ푸드빌은 투표권 보장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 올해의 투표권 보장 활동은 그 자체로 분명 유의미했던 것이 아닐까.

다음은 양호경 팀장과의 인터뷰 내용.

   
▲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청년들, 노동자 투표권 보장 활동 등 주요 캠페인 이끌어

- 청년유니온은 ‘30분 배달제 폐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등 주로 청년 노동권 보장 및 신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 왔다. 투표권 보장 활동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쌍용차, 현대차 등 노동계 현장이 많지만, 정작 청년들은 (머무를)현장이 없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장을 두고 일할 수 있는 자리도 적고, 직업 안전성이 떨어지다 보니 한 곳에서 있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욕구가 적고, 노조 조직률도 낮다. 청년들을 위해 사회 정책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실직한 청년들의 생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일하는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열악한 현실을 바꾸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투표시간 연장,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은 청년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에는 청년유니온 외에도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했다. 투표권 보장 활동을 진행하며 청년유니온이 특히 애썼던 부분이 있나.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 활동은 청년그룹에서 처음 논의됐다. 청년유니온과 경제민주화 2030 연대 두 단위에서 제안해 투표권보장공동행동에서 추진한 것이다. 촛불집회도 청년그룹 주도로 하게 됐다. 청년유니온은 1인 시위를 처음 시작했고, 다른 활동들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조합원의 재능기부로 투표시간 연장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 브라우니 인형과 함께 한 1인 시위 장면은 여러 곳에서 기사화되며 화제를 모았다. 1인 시위 활동을 평가한다면. 기억에 남는 일화는 없는지.

청년유니온이 제안해 경제민주화 2030, 서울청년네트워크 등 청년그룹이 같이 진행했다. 새누리당 당사, 국회 앞에서 했었다. 아이템이 좋아서인지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왔더라(웃음). 그래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브라우니가 인기가 한창 많을 때라 (품절돼)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1인 시위 때 브라우니가 조합원들보다 인기가 많았다. 여기저기서 브라우니 요청이 들어왔다. 브라우니가 있으니 시민들이 다가와 사진 찍고, 그러면서 우리는 활동 소개하며 홍보효과가 높아졌다.

- CJ푸드빌이 투표권보장공동행동 공문을 받고 투표권 보장 협조를 약속했다.

우리 쪽에서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먼저 제안했는데 받아줬다. 어찌 보면 기업은 사회적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더 선도적으로 대처한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권고’만 했지 직접 보장이 됐는지도 따져야 하고, 직영점만 해당됐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CJ가 프랜차이즈 수가 가장 많은데 90%가 가맹점이다.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 한 군데라도 뚫어보자는 목적이 있었는데 그건 달성한 것 같다. 하지만 기한이 짧아 확산은 잘 안 됐다.
 
- 투표권 보장 활동을 하며 느낀 얻은 것이나 뿌듯한 점이 있다면.

뿌듯하다기보다 생각보다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 투표시간 연장을, 나중에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이야기했다. 투표권이 법에 보장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더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예를 들어 알바생이 ‘법에 투표권이 보장돼 있다. 2~3시간만 나갔다 오게 해 달라’고 요청해도 사업장에서 그만두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뿌듯한 건… 언론에 나가는 건 뿌듯한 게 아니다. 현실이 바뀌어야 하니까. 실제 상황이 많이 열악하다는 걸 깨달았다.

   
▲ 선관위에서 만든 18대 대선 투표 독려 광고방송 캡처. 화면 하단에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 올해 벌여 온 투표권 보장 활동을 평가해 달라.

된 게 없어가지고…(투표시간 연장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고, 선거일 유급휴일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을 뿐더러 투표시간 연장에 비해 주목도가 많이 낮았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알게 된 건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 투표시간이 짧다는 것, 어떤 노동자든 투표할 권리가 있고 그것을 막으면 처벌받는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졌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광고방송이 변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그전까진 이런 안내가 안 돼 왔는데,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내세웠던 ‘선거일 유급 휴일 지정’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유급 휴일 지정이 사실 더 중요하다. 두 가지를 주장했는데 기자들이 ‘한 줄로 정리가 되는’ 투표시간 연장에 더 주목한 것 같다. 유급 휴일은 다 설명을 해야 하지 않나. 현재 법정공휴일인 체제까지. 생계문제 때문에 투표 못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선거일도 유급 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노동자들 반응도 뜨거웠다. 구로공단으로 캠페인 다녀온 선배 말을 들어 보니 1시간 동안 300~400명이 줄 서서 서명했다고 한다.

- 청년유니온의 투표권 보장 활동은 계속되는가. 추후 계획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청년유니온은 노조라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 일단은 유니온 일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청년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 노동자들을 대신해 싸워주는 것 등.. 내년엔 이런 일들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투표권 보장 활동에 대한 당장의 계획은 없다.

지금 30, 40대도 20대 때 투표 안해… 투표 효능감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

- 올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치른 소감은.

10․26 보궐선거 때 처음으로 청년층이 주목받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청년층 때문에 당선됐다는 말까지 있었다. 75% 가까이 되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4월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청년정책이 나왔다. 명목상이나마 청년 국회의원이 생겼다. 아직 부족하지만 2030 세대가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총선, 대선을 계기로 여러 영역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인 점이 기억에 남는다.

- 청년 세대는 왜 ‘투표 안하는 세대’로 몰릴까. 이에 불만은 없는지.

현재 청년세대는 자신의 선택이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위치가 아니다. 지금의 30대, 40대도 20대 때 투표 안 했다. 80년대 때부터 세대 간 투표율은 항상 그래왔다. 2002년에 대비해 보니 전체투표율은 5% 올랐는데 20대 투표율이 9% 올라갔다. 투표율 높아지는 시기를 보면 집 살 때, 직장 구할 때 등 자기 것들이 정책이나 사회 문제와 연결될 때다. 투표에 대해 대학에서 배우는 학습은 한계가 있고 보편적이지도 않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문제의식 갖는 게 좋다.

- 청년 세대의 투표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 대선에서도 드러났지만 변화를 중시하는 건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도 젊은이들이 혁명하겠다고 바리게이트를 치더라. 하지만 극단적인 위기상황에서는 변화를 바라면서도 오히려 보수화되는 경향이 보인다. 사회가 불안해서 그런 게 아닐까.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이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다. 청년 세대도 결국 자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면 집 한 채 가질 순 있었다지만, 청년 세대는 아예 집 갖는 꿈을 안 꾸지 않나. 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 청년들의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무엇일까. 또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청년세대가 사회적, 경제적 토대를 가져야 할 때다. 어디서도 주체화되지 못하는 게 청년이다. 소비만 된다. 소비자로 돈을 들고 뭘 사러갔을 때는 주인공이지만 일하는 현장에선 주인공이 안 된다. 판단하는 권한은 좀 더 나이든 사람에게만 가 있다. 청년의 주체성을 주장하는 연장선상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투표권 보장을 요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단단히 만들고 사회적 자본을 투입하는 등 2030 세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 투표할 상황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데도 ‘투표할 마음이 없는’ 유권자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뻔한 얘기지만 결국 정치권의 문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변한다지만, 여전히 형편없이 굴고 있다. 300명 가까이 되는 국회의원들은 누군가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 전체 인구 중 2030 세대 비율이 30~40% 정도 되는데 청년 국회의원은 나이로만 놓고 봤을 때도 9명뿐이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대변해 유권자들 스스로 ‘내 선택이 유효했다’는 투표효능감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그래야 투표율도 높아지고 정치적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김수정 수습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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