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미친 소를 놓고 집권세력이 허튼 소리를 숱하게 늘어놓더니 한반도 대운하도 미쳐가는 모양이다.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재정으로 한다, 민자로 한다며 말이 왔다갔다 한다. 물류를 위해 건설한다더니 관광과 환경으로 말을 바꾼다. 이제는 운하라는 말을 숨기고 치수라는 말로 호도한다. 여론을 듣는다면서도 귀를 틀어막고 말 바꾸기를 능사로 안다. 틀림없는 사실은 물밑에서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이 환경재앙이 두려워 반대했다. 집권세력이 그 사실을 너무 잘 아니까 총선 공약집에서 이것을 뺐을 것이다.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 업무보고에도 그 내용은 한 줄도 들어있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한반도 대운하가 표를 떨어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 경향신문 6월5일자 15면.
그 사이 이명박 정부가 내년 4월 착공한다는 방침 아래 국토해양부에 ‘운하준비사업단’을 비밀리에 가동하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말썽이 나자 해체하더니 또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그 비밀조직에서 타당성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기태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3일 양심선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건설계획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도 아랑곳 않고 이미 운하추진에 돌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 포털에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구조, 교량, 교통, 생태, 환경, 물류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원돼서 돌아보았지만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라고 강요당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군사작전도 아닌데 왜 특급비밀이 되어야 하는지 반문하며 보안각서를 쓴 사실도 토로했다.

김 박사의 양심고백을 사실로 확인하는 문서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이 문건은 5개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할 연구의 내용과 지침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수계별-단계별 운하건설계획은 물론이고 재원조달방안까지 연구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것은 민자사업이 아닌 정부주도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운하건설 대신에 하천을 정비하는 치수사업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허구이다.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전신)가 2006년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4대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정비율이 97.3%에 달한다. 2006년까지 정비가 필요한 구간 3,114㎞ 중에 3,031㎞를 정비했다는 것이다. 4대강은 더 이상 정비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또 정비한다면 강바닥을 파내고 둑을 높이 쌓는다는 소리일 것이다. 운하건설을 위한 기초공사를 국민세금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100% 민자사업이란 공언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재앙을 몰고 올 대대적인 환경파괴를 놓고 말 바꾸기를 일삼는데 이것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벌이는 사기극이다. 국민의 뜻을 저버리면 미친 소 꼴이 난다. 국민의 분노를 태우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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