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거세된 공정 방송'에 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MBC는 언론이길 포기한 상태다. KBS 역시 이사진들이 대선후보 검증프로그램에 개입하거나 간부들이 대선 보도를 최소화하는 등, 공영 방송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두 공영 방송사가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동안 SBS는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허나, 그들이 보도하는 대선 보도는 많아야 3꼭지 정도에 불과했고 시사 프로그램은 기껏해야 2-3차례 방영했을 뿐이다. 개표 방송에 삽입된 화려한 CG처럼, SBS는 겉만 화려했다.

종편은 어떠한가? 듣도 보도 못한 보수 패널들을 자리에 앉혀, 자극적 발언 확산과 경마식 중계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종편의 경마 저널리즘, 옐로우 저널리즘은 보수 프레임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선기간 패널들에게 들어가는 출연료만 지불했을 테니, 제작비를 굳힌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게 MB·박근혜 그리고 새누리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언론 기득권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신영복 교수가 직접 작성한 뉴스타파 제호 ⓒ뉴스타파
하지만 공정 방송이 거세된 와중에도 작은 희망은 찾을 수 있었다. <뉴스타파>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뉴스타파가 제작됐고 그 기반 위에서 해직 언론 노동자들은 저널리즘 정신을 묵묵하게 발휘했다. 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저널리즘의 중심에 놓으며, 언론의 정당성을 확립했다. 본디 언론은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 존재 이유 아니던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뉴스타파>는 '노동자'와 '시민'을 한데 묶어낼 수 있는 기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조·중·동과 방송 3사가 용비어천가를 부를 때, 언론 노동자들은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 매체 활성화로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언론 노동자들은 각 언론사 내부에서의 투쟁뿐 아니라 노조를 중심으로 아래로의 '지속가능한 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 방식은 타 부문의 노동자와의 연대가 될 수도 있고 시민사회와 의제를 설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뉴스타파>와 같은 뉴미디어 보도를 통해 '언론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표출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동안 언론 노조의 투쟁은 안타깝게도 방송사의 사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만의 투쟁으로 고립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결국 진보 매체가 절벽으로 내몰리게 될 2013년에는 언론이 스스로 '개혁'을 부르짖고 연대를 통한 외연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즉,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투쟁'의 방법론을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진보 언론이 주춤하는 사이, 보수 언론과 방송 3사는 똘똘 뭉쳤다.

<나꼼수>가 '깨어있는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지만, 이 또한 특정 세대만 향유할 수 있었다. 언론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 폭넓은 계층이 언론이 제시하는 의제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담론 형성에 주도할 수 있다. 진보 언론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좌절할 때가 아니다. 언론 노동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밑바닥에서부터 올라가야 한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말하지 않았는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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