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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인터뷰]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 작가
윤다정 기자 | 승인 2012.12.12 07:11

   
▲ 만화 '내부자들' 표지
지난 10월 22일, 인기 웹툰 <이끼>와 <미생> 윤태호 작가의 또 다른 신작 <내부자들>이 출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과 대선 정국을 노린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이다. 그 중에서도 굳이 <내부자들>에 꼭 주목하는 이유를 꼽자면 이 작품은 그런 시의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정말 '진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겨레hook 지면에 연재되고 있는 <내부자들>(바로가기)은 여태까지 나온 정치풍자물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내부자들>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동네 뒷골목에서, 고급 요정에서, 여의도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가운데 연재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내부자들>의 큰 줄기를 이끌어나가는 수도일보, 일국당, 미래자동차는 이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세 집단은 각각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보수 언론, 현 여당, 재벌 대기업을 상징한다.

<내부자들>을 읽다 보면 윤태호 작가에게 묻고 싶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쥐벽서 사건’과 ‘트위터 국가보안법’ 등의 시국사건을 연신 터뜨리는 정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을까? 취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왜 온라인상에 74화 이후 다음 편은 올라오지 않을까?

그래서 <미디어스>가 윤태호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내부자들>, 한국 사회의 카르텔을 들여다보다

언론·정치권·재벌은 각각 삼각형의 한 꼭지점을 이루며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드는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때로 검찰도 합세하여 돌아가는 이 ‘불편한 삼각관계’를 조명한 배경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지난 민주정부 10년 간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후퇴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만과 위기감이 들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 등장인물 왼쪽부터 수도일보 이강희 논설위원, 일국당 김석우 의원,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윤태호

윤태호 작가는 이를 위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신문사, 국회, 종로 낙원상가 뒷골목 등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신문사 논설위원과 정치인, 기업인 간의 밀실 회합은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실제 사건과 인물을 곧잘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내부자들' 8회 연재분 중 수도일보 편집국장과 미래자동차 회장의 회동 장면.ⓒ윤태호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간혹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사회 고위층과의 경험을 증폭시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면대면 취재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기사를 통한 ‘간접 취재’이다. “뉴스를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력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눈을 속이는 메이저 언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확한 뉴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런 연출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작가는 “다수의 대중이 보는 포털이 아닌 한겨레 지면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이 당연히 있다”며 “편집자들도 배짱 있게 지지해주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연재 도중 가족들의 염려 때문에 몇 번 주춤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윤태호 작가는 연재 당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직접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데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정치를 피상적으로, 혹은 사담 나누듯 이해하다가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 내 정치적 의식의 앙상함과 빈곤함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는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천하는 길 또한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제 생을 걸어서라도 막고 싶었지만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이제 피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뉴스1

이런 고민을 하며 작품을 연재하던 윤태호 작가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태’이다. 윤태호 작가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멘붕’을 겪고 작품 창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연재를 쉬고 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의 74화가 지난 8월 17일 올라온 뒤 다음편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댓글란에는 왜 연재가 재개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포털에 연재 중인 <미생>의 스케줄이 워낙 살인적이라 연재가 밀리고 있다”며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 윤태호 작가.ⓒ오마이뉴스
윤태호, 종이책에서 모니터로

웹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탓에 윤태호 작가를 신인으로 알고 있는 독자가 많지만, 그는 본래 1993년도 ‘월간 점프’에 <비상착륙>으로 데뷔해 한동안 출판만화계에서 활동해왔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에 발을 들인 이후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리듬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답했다. “평소 만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지라 결국 내 작품 안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계속 보고 반성하고 방법을 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며 ‘리듬감’을 찾은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는 공통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윤태호 작가가 평소 “‘와, 이거 리얼한데?’라고 느끼는 지점을 분석”했던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윤태호 작가는 “현재를 다루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판타지가 담겨있어도 얼마든지 ‘리얼’한 지점이 있다”며 “‘리얼리티’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에 숨어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작업할 때) 웹 연재 당시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최종결과물인 단행본으로의 변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연재하는 <미생>은 전작인 <이끼>와 달리 나름대로 출판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줄지 살펴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이끼’의 포스터. 영화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인기 웹툰은 자연스럽게 출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변주되곤 한다. 윤태호 작가 역시 전작 <이끼>가 영화화된 경험이 있다.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작가들이 다작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작품 하나의 가치는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툰은 출판만화와 달리 한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작가가 해당 작품을 통해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 원고료라는 고정 수입이 끊기면 작품을 출판해 인세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작가들의 처지를 고려해 다음 ‘만화속세상’은 완결 만화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웹툰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지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 유료화 관련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변화 또한 합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이어 “물론 독자들은 변화의 속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와 디지털만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니만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도굴꾼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연재에 들어가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앞으로의 연재 계획을 밝혔다.

“소재나 주제 등은 ‘사고’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것들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평소 그런 ‘사고’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사고의 칼을 잘 연마하는데 주력한다”는 윤태호 작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윤태호 작가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자신감을 담백하게 펼쳐 보였다.

“한 작가의 진화를 꾸준히 따라가 보는 것도 나름대로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태호라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펼치는지 담담하게 따라와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다정 기자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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