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우들은 방송 문화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국내영화·애니메이션·더빙으로 영상 컨텐츠 발전에 기여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 750명의 성우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근욱 한국방송성우협회 회장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제1회 2012 대한민국 방송연기자 포럼'에서 "성우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수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성우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만족을 드려야 함에도, 성우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현격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주최한 '제1회 2012 대한민국 방송 연기자 포럼'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렸다. ⓒ김도연

이날 포럼은 KBS와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아래 한연노·위원장 한영수)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방송성우협회, 대한민국방송코메디언협회, 한국방송실연자협회 등 한연노와 관련된 단체의 방송계 인사들과 연기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이근욱 회장은 토론 주제 중 하나였던 '시장질서 확립 및 처우개선 방안'에 대해서 "성우 공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방송국에 들어오면 5년이나 10년, 전속으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며 "하지만 현재는 2년마다 비정규직으로 뽑아 잠시 참여시키고 바로 프리랜서로 내보낸다. 실업자 양산 과정이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만 방송국은 매년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입 영상물 콘텐츠를 우리말로 제작하는 것은 단지 성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각 장애인, 노인들과 다문화가족에게도 큰 문화적 혜택을 드릴 수 있다"며 "많은 종편 채널이 생겼어도 방송의 90%는 자막 방송으로 만든다. 이는 소외 계층을 무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발언이 끝난 뒤, 한연노는 투쟁 경과 보고와 함께 KBS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출연료 청구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포럼에 참여한 한연노 측 이원재 변호사는 "지난 4일 연기자 102명이 KBS를 상대로 방송 초과분 출연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장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며 "출연료의 성격이 임금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될 것이며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에 의한 법적 보호가 (연기자들에게) 적용되는지 면밀히 묻고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일반 사회의 직업군과 달리 (연기자들은) 출연료와 관련해, 명세서 같은 서류를 작성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해 KBS 측에 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이 소송은 출연료에 대한 사측의 관리 내역을 확고히 제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소송과 관련해서는) 초과 방송분에 대해 추가 출연료를 지급했던 방송사들의 관행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미지급금을 (KBS로부터) 청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주 제작의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 김기복 이사장은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우리나라 방송법에 외주제작 의무 비율뿐 아니라 방송사 자체 제작 비율도 명시해야 한다"며 "영국과 우리나라만 현재 외주제작비율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외주제작의 문제가 부실한 제작사의 보여주기식 과열 경쟁으로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외주제작 의무의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고령 탤런트인 최명수 씨는 "방송연기자들에게 150만원도 큰 돈이다. 그걸 나몰라라 하고 약속을 어기는 KBS 사측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방송국이 대행사를 껴서 계약할 때는 방송국이 직접 지불을 하는 식으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탤런트를 외면하는 이런 풍토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 포럼에 참여한 신계륜 민주통합당 의원(왼쪽)과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김도연

이날 포럼에는 조해진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와 신계륜 민주통합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연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신계륜 위원장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KBS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환경노동위에서 요청한 바가 있다"며 "(민주당은 현재) 이 내용이 고용노동부에서 검토되면, 재판 이전에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여기 계신 탤런트 분들은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특수 고용직 노동자임이 분명하다"며 "노동 관계 기본법 등 노동과 관련한 법률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문재인 후보에게 여러분들의 요구 사항을 세세하게 알려, 집권 뒤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해진 간사는 "크게 보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도 문방위 소관이기 때문에, 여러분 말씀을 구체적으로 듣고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하나씩 진행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국회에 들어가서 연기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여러 사람들과 의논할 것이며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복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시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럼이 끝난 뒤 <미디어스>가 '길환영 KBS 사장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단독 선임 절차로 선출됐고, 한연노는 길환영 사장을 방송 5적으로 규정한 바 있지 않느냐'고 묻자, 조 의원은 "자세하게 길환영 사장이 KBS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한연노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생각해 볼 문제"라며 "길환영 사장과 KBS 사장 측도 이들의 비판이 이유없는 것은 아니기에 경청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비판하기보다 탤런트와 연기자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들을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