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 오늘도 서울시청 광장에는 약 3천 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26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거세게 비가 오는 가운데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연행자를 석방하라" "이명박을 물러나라"를 연신 외쳤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입시의 꽃인 고3'이라고 소개한 고3 여학생은 "지난 주말동안 시민들이 강제 연행되는 것을 보고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히 이전까지는 내가 참여 안 해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이어 "고3이라는 핑계로 한 번도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던 자신이 부끄럽다"며 "비가 와서 얼마 안 모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모이셨다"며 '정말 짱입니다'라고 외쳐 시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처음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고 밝힌 또 다른 시민인 박성남 씨는 "처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블로그와 인터넷 뉴스를 보면서 그 안에 있는 '글'과 '사진'이 진짜 사실일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그러나 이 자리에 와보니 블로그와 인터넷 뉴스에 있는 글들이 진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면서 "쏟아지는 비도 꺼트리지 못하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민중들의 성난 민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거든 청와대 앞마당에 가마솥 20~30개를 놓고 그 안에 미국산 쇠고기를 넣어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가족, 장관과 그의 가족, 청와대 직원, 한나라당에게 3달 동안 먹여 진짜 괜찮다면 그 후에 국민에게 먹여라"라고 말해 유명해진 '가마솥 할아버지'도 자유발언대에 올라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촛불문화제에는 새로운 구호도 등장했다. 기존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경찰 사죄하라"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에 더해 "어청수는 물러나라"는 구호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과 관련해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구호로 시민들은 이어 "이명박도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3천 여명의 시민들은 8시 30분쯤 본격적인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