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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수첩 활용 실패하다대선 주요후보 2차토론회 후보별 손익계산서
김민하 / 정치평론가 | 승인 2012.12.11 10:10

   
▲ 토론회가 끝난 후 세 후보가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세 대선 후보의 2차 토론이 끝났다. 경제와 복지 관련한 주제들을 놓고 토론한 것으로서 1차 토론 보다는 다소 전문성이 필요한 정책적 측면을 짚어 볼만한 주제였던 것 같다. 세 후보 모두 정치적 공방 보다는 이러한 측면에 집중하는 양상이었다.

사실 레토릭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주제의 토론보다는 이런 주제의 토론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는 더 유익한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정책 용어들이나 구체적인 수치 등이 인용되기 때문에 듣는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일정 정도의 해설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 글을 써볼까 한다.

우선 토론에서의 승패를 이야기 하자면 문재인 후보가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이정희 후보일 것이며 마지막이 박근혜 후보이다.

박근혜, 수첩활용의 실패

특히 박근혜 후보는 애써 적어온 것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연출했다.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와 지하경제 활성화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발언은 어떤 의미에서 화룡점정이었다. 아마 제대로 된 워딩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였을 것이다. 비과세감면이란 쉽게 말해 세금 깎아준다는 말이고 지하경제란 세수로 잡히지 않는 경제를 말하니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안 내는 세금을 더 걷겠다’는 말인데, 이걸 지하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말하니 ‘세금을 더 안 내게 하겠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사소한 말실수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거시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고 스스로 토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실수는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박근혜 후보는 시종일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하는 등 약점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자기 말을 한다기보다는 주제와 관련된 단어를 그저 늘어놓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이는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경제민주화 등의 경제일반와 관련해서는 이한구 등 기존의 새누리당 정책라인에서 주장하던 내용을 고수했다.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해서는 신규 출자분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출자분에 대해서는 여기에 손대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외국 자본에 기업이 넘어갈 가능성을 내세우며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 이는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 후보 지지를 다시 한 번 선언했음에도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희 후보의 정치공세와 관련해서는 나름 보수층의 유권자들에게 ‘그래도 방어는 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정희 후보가 ‘성북동 집을 증여받고 왜 세금을 내지 않으셨느냐?’고 물은 것에 ‘사회자도 지적하는데 왜 주제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하느냐?’고 대답한 것과 이정희 후보의 ‘올해 최저임금, 내년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비율을 아느냐?’고 묻자 ‘스무고개 하듯 묻지 마라’고 대답한 것은 토론 스킬과 관련하여 거의 유일하게 그래도 방어에 성공했다고 평가해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토론 스킬이 돋보인 이정희

이정희 후보는 논리정연했고 토론에서의 스킬도 돋보였으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돼 이러한 장점이 유실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전통적인 진보적 의제인 노동자·농민 관련 이슈에 진정성 있게 접근한 것은 높이 평가해줄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희 후보는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재벌해체를 공약했는데 나름 진보정당의 후보로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지만 좀 더 구체적인 실행 방법 등을 제시해서 그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다수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점이다. 재벌해체를 위해 어떤 제도를 어떤 시기에 시행할 것이고 이로 인한 부작용은 어떤 방법을 통해 최소화하겠다는 식의 설명이 충분히 될 수 있었다면 훨씬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정희 후보는 또한, 농민 문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주장한 것은 자신의 주요 지지계층에게 어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좀 더 정교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문재인 후보의 답변대로 쌀 공급이 늘면서 국가재정과 시장질서와 관련하여 부작용이 상당한 추곡수매제 대신 쌀직불금제를 시행하게 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정희 후보가 ‘쌀직불금제는 기득권들의 농지에 대한 세금을 탈루하는 알리바이가 되고 있다’라며 자신의 정책을 더 홍보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수치를 두고 문재인 후보와 대립하게 되자 프레임을 바꿔 ‘노무현 대통령이 복지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며 정책 실행 의지를 강조한 것은 토론 스킬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답답했지만 점수는 얻었다

문재인 후보는 여전히 답답했지만 보육과 의료 관련한 정책 토론에서는 자신감 있게 의견을 피력한 것과 경제민주화 등 경제일반과 관련해서 다소 중도적 포지션을 잡았다는 데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과 복지를 달성하고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를 튼튼히 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부유층에게 세수를 확보해 소득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식의 진보적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난 것으로 대선이 양자구도로 귀결되면서 중도층에게 어필할 필요를 적절하게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재벌해체론’에 대하여 그것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식으로 각을 세운 것은 이러한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기존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새로운 체제개혁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원리를 더 잘 작동하게 하고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하거나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등의 발언도 중도층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육과 의료에 관련해서는 다른 주제에 대한 토론보다 돋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박근혜 후보 측의 ‘4대 중증질환 의료비 보장’과 관련하여 ‘4대 중증질환의 구분법이 합리적이라 보느냐?’고 반론한 것과 이후 소요재원 등에 대한 디테일한 수치 논쟁에서 박근혜 후보 측에 밀리지 않은 것은 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또한 국공립어린이집과 관련하여 ‘이정희 후보 측 주장을 따를 경우 1년에 4천개 정도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야 하는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가?’ 라고 물은 부분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한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생각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결국 박근혜 후보는 기존 포지션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정희 후보는 진보적 지지층 안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확장시키기 위해 움직였으며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을 취한 것으로 약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각 후보의 이러한 전략은 지금으로서는 적절한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토론의 결과가 구체적인 여론조사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역시 아쉬운 점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적 차이를 면밀히 탐구하기 보다는 후보들이 남긴 인상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 역시 큰 문제다. 대통령 선거 후보 2차 토론은 우리 국민들의 정책적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판단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 정치권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으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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