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슈타인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다. 그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았다.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호환(互換) 즉 서로 바꿀 수 있다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을 때, 그는 그것을 대단히 복잡하지만 간단한 수식으로 보여주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Web 2.0 시위' 세계 최초로 구현

그것이 곧 유명한 "E = mc²"이다. 잘 알다시피 'E'는 에너지(energy), 'm'은 질량(mass)을 뜻하고, 'c'는 빛의 속도인 상수(constant)를 의미한다.

▲ 5월 31일 오후 8시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서울광장에 수만명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미디어행동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눈에 보이는, 혹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질량이 있는 물질이 서로 교환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공'이고, 물질은 대부분 눈에 보이므로 '색'이다.

주역의 음양으로 이야기하면, 에너지는 양(陽)이고 물질은 음(陰)이라 할 수 있다. 더 엄밀하게 표현하면 양은 양이 아니라 'ㅡ'이고, 음은 음이 아니라 '--'으로 표현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1900년대 초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그의 이론을 현실세계에서 실제 증명하거나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연구 성과로 그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주역 연구에 몰두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파견된 뒤 본업인 선교활동은 그만 두고 평생 주역을 공부해 주역을 서양에 소개했던 리차드 빌핼름의 주역책에 장문의 서문을 쓰기도 한 심리학자 칼 융은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교환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신과 물질의 세계도 맞닿아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른바 동시성(同時性)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synchronicity' 정도인데, 우리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부르는 개념과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개념이다.

촛불시위를 아인슈타인이 보았더라면 창의성과 상상력에 감탄했을 것

각설하고. 촛불시위 혹은 촛불문화제는 혁명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이 50이 넘은 기자의 눈에는 지금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그리고 최근에는 전국 대도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가 혁명으로 보인다.

▲ 지난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규탄 촛불문화제' ⓒ서정은
시위 규모, 조직, 구호, 주체, 참석자들의 범위와 시위 양상, 소품 혹은 도구, 경찰과의 머리싸움, 임기응변, 순발력 등등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그렇게 보인다. 20여년 전인 1987년 6월 민중항쟁을 취재했던 기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양상이다.

그래서 '혁명'이란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촛불집회를 현장에서 혹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 국민들이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특히 '디지털로 무장한' 혁명의 주역인 촛불시위 참석자들은 대견하다.

스촨성 대지진으로 실의와 충격에 빠져 있는 중국 사람들이 세계 10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부르고 있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반도 남쪽을 뒤덮은 붉은 악마들에서 받았던 것에 못지 않은 충격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지시자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는 커녕, 배후세력도 없다는데,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기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그들이 아이슈타인의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원래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개념이나 4차원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쁜 머리를 가진 기자는 4차원의 세계를 대충 그리고 나름으로는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 점과 선이 1차원, 면(面)이 2차원, 입체가 3차원, 그리고 여기다 시간을 보태면 4차원, 이런 식이다. 그래서 가령 누구와 언제 어디서 만나기로 했다면, 그 행위는 4차원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장소가 입체이므로 3차원이고 시간이 4차원, 이런 식이다.

노벨상에 '정치문화과학상'이 있다면…

젊은 네티즌들은 수많은 한국 사람들을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촛불문화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 최초가 아닌가 생각한다. 굳이 촛불시위 현장에 가지 않아도 그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시공간을 뛰어넘어 중계하고 있다.

이런 시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시위를 가능케 한 것이 정보통신(IT) 기술과 Web 2.0에 기반한 네트웍으로 보인다.

만약 정치와 과학을 통합하거나 응용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한 사람이나 단체에 노벨상을 준다면, 2008년의 노벨 ‘정치문화과학상’은 한국의 촛불문화제 차지가 되지 않을까?

IT강국 만세! Dynamic Koreans 만세! 촛불문화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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