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취재 기자들을 폭행하고 연행하는 사태가 계속되면서 현 정권의 언론자유 탄압을 규탄하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여러 매체의 취재진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폭행을 당하거나 연행됐다. 본지 안현우 기자가 2일 새벽 1시 20분 경 경찰버스 위에서 취재하다 내려온 직후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연행됐으며 지난달 31일 새벽에는 기자협회보 윤민우 기자가 경찰의 방패에 찍히고 발길질을 당해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미디어스 기자 연행, 기자협회보·KBS 기자 폭행 등 구시대적 언론탄압

KBS 영상취재팀 신봉승 기자도 2일 새벽 1시경 광화문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상황을 취재하던 중 방패로 옆구리를 찍히고 얼굴을 가격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신 기자는 현재 얼굴과 머리, 허리 등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 2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 경찰 버스 위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을 경찰이 내려 보내려고 하자, 시위대가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지하고 있다. ⓒ안현우
KBS에 따르면 경찰은 신 기자가 KBS 촬영기자라는 것을 알고도 집단 가격했으며 심지어 일부 경찰은 "기자고 나발이고 다 죽여버려" 등의 욕설을 했다. 경찰은 주변의 시민들이 거칠에 항의를 하고 나서야 폭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새벽에는 KBS 촬영기자를 돕던 오디오맨이 경찰의 물대포 세례에 허리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처럼 미 쇠고기 수입 반대 관련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경찰에게 연행되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규탄하는 언론계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협회 "언론에 경찰 강경진압 모습 보도되는 것 막으려는 속셈"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2일 '경찰은 언론 자유를 탄압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경찰은 쇠고기 협상에 항의하는 촛불집회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하는 등 제5공화국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찰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벌이는 것은 집회와 시위 참가자들을 강경 진압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경찰이 취재기자를 폭행하거나 불법 연행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고, 정규 매체의 기자가 아니더라도 집회와 시위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알리려는 일반 시민의 활동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경찰이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기자들을 폭행하거나 연행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터넷기자협회(회장 이준희)도 2일 성명을 내고 "경찰은 2일 새벽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원인 '미디어스' 안현우 기자를 당시 취재기자 신분임을 밝혔는데도 막무가내로 연행했다"며 "경찰은 즉각 안현우 기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인터넷기자협회 "미디어스 기자 즉각 석방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인터넷기자협회는 "지난달 31일과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경찰의 기자 및 시민 폭행, 폭력 연행을 엄중하게 규탄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신문, 방송, 인터넷기자 가릴 것 없이 취재기자에 대한 폭행과 연행을 자행한 진압경찰의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과 관련 책임자를 문책 파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전광선)도 2일 성명을 발표하고 "KBS 신봉승 기자 뿐만 아니라 KBS 정환욱 기자와 MBC 서두범·김신영 기자도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민중의 지팡이는 국민에게 휘두르라고 쥐어준 것이 아니다. 언론은 국민의 눈인데 전 국민의 눈을 가리고자 지팡이를 휘두른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이어 "경찰은 국민탄압, 언론탄압을 멈추고 자숙하고 반성하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하면서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공개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촉구했다.

카메라기자협회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것인가? 관련자 처벌, 공개사과, 재발방지 약속하라"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도 2일 성명을 내고 "신봉승 기자는 폭행을 당할 당시, 대치중인 전경과 시위대 사이에서 20여 분간 KBS 로고가 부착된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서 취재하고 있었다"며 "신 기자는 당시 경찰이 취재를 그만 둘 것 종용했지만 이를 듣지 않자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송사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힘들다고 판단한 경찰이 의도적으로 신 기자를 폭행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기자에 대한 경찰의 '야만적인 폭행'을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훼손으로 규정한다"며 "경찰 수뇌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폭행 당사자와 책임자를 찾아내 법에 따라 엄정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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