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연일 지면을 통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KBS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

KBS <뉴스9>는 5일 <0.1%의 공세…아쉬운 유력 후보 검증>이라는 제목의 심층취재 기사에서 TV토론에 참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 5일 KBS <뉴스9> 심층취재 <0.1%의 공세…아쉬운 유력 후보 검증> 리포트 캡처(시계방향)

KBS는 "이정희 후보가 소속 의원이 6명인 덕에 참석 자격을 얻었지만, 이 후보의 최근 KBS 여론조사 지지율은 0.1%에 그쳤다. 하지만, 어제 토론회는 세 후보에게 똑같은 시간이 할당됐고, 시간에 쫓겨 정작 유력후보 검증을 못하는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똑같이 3분의 1씩 시간이 분배되고, 정해진 틀을 고집하느라, 반론과 재반론의 치열한 토론 기회는 차단됐고, 운영의 문제점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익명의 통합진보당 관계자가 이정희 후보의 공세는 야권이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의도였다고 밝혔다며 "'유력후보 검증' 기회를 잃었다는 비판이 여야 모두에게서 나왔다"고 전했다.

KBS는 "분별력이 없는 후보에 의해 난장판이 된 민망한 토론회였다"는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의 발언과 함께,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이정희 후보의 토론 방식에 대해 국민이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5일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브리핑의 핵심은 "박근혜 후보가 변별력을 갖지 못하는 3자 토론회가 아닌 국민검증을 위한 양자토론회에 즉시 나서달라"는 것이었고, "이정희 후보의 토론 방식에 대해 국민이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브리핑 마지막에 한 줄 걸쳐진 내용에 불과했으나 KBS는 유독 이 부분만을 뽑아올렸다.

이어 KBS는 "TV 토론은 국회 의석 수와 직전 선거 득표율,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초청 대상이 가려지고 3차례 토론이 보장돼 있다. 지난 2007년 때는 6명이 토론하느라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5년간 개선은 없었다"며 "미국에선 15% 이상 지지받는 후보들의 토론이 관례"라고 보도를 마무리했다.

▲ 6일 조선일보 3면

결국, KBS의 보도는 '지지율 0.1%'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참여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유력 후보 중심의 토론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6일자 조선일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 후보에…판 제대로 깔아준 TV토론">, 중앙일보 <막말 대선토론 개선요구 빗발>, 동아일보 <美 토론 밀도에 중점…'15% 룰'로 군소후보 배제> 등의 보도와 판박이처럼 일치하는 내용이다. 최근 노골적인 새누리당 편향이라고 비판받는 MBC가 TV토론에 참석한 이정희 후보와 관련해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뉴스데스크, 4일)며 토론회 현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조중동과 KBS는 별다른 논리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다른 후보 참여를 제한하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박선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TV토론 다음날인 5일 브리핑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셨듯이 어제 토론회는 자신의 신분과 역할을 잊은 한 분별력 없는 후보에 의해서 난장판이 된 민망한 토론회였다.…(중략)…앞으로 두 번의 토론이 더 남아 있다. 다음 토론도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5일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서 "군소 후보들의 토론장이 오늘 있다면, 거기에 이정희 후보를 보내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지지율이) 영 점 몇 퍼센트도 안되는 사람이 끼어서 지속적으로 원색적인 저질스러운 태도로 인신공격을 한다면 곤란하다"며 "앞으로 규제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두 후보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을 따져볼 게 많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캠프의 이소희 공보부장은 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KBS가 악의적으로 이정희 후보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소희 부장은 "KBS보도에는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과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의 입장만 나타났을 뿐, 공식적인 통합진보당의 입장은 누락됐다"라며 "적어도 캠프 공보팀에서는 통합진보당 관계자라고 인용된 부분의 발언을 한 사람이 없다. 누가 말했는지 어떻게 말했는지에 대한 명시 없이, 인용한 것은 공정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KBS를 보면 이정희 후보가 나머지 후보의 발언권을 마치 제한한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는 선관위가 정해준 시간에 법정 규율에 어긋나지 않게 토론을 했다"며 "마치 이정희 후보가 다른 후보의 발언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는 반론과 재반론 등 활발한 토론이 되지 않아 답답해 했는데, 그런 발언들을 싣지 않은 채 일방의 주장을 내보내는 것은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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