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섭 EBS 신임 사장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벌여 온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아래 EBS노조, 지부장 류성우)의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EBS노조는 통신 관료 출신의 신용섭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EBS 사장으로 선임되자 지난달 30일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해 왔다.

▲ 3일 오전 8시50분경, EBS본사 앞에 도착한 신용섭 사장(오른쪽)이 류성우 지부장이 건넨 노조 요구안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김도연

EBS노조와 신용섭 EBS 신임 사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이틀째인 3일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협상 자리를 갖고 의견 조율에 나섰다. EBS 노조 측은 류성우 지부장, 채수영 사무처장과 부위원장단 5명이 참석했고 사측에서는 신용섭 EBS 신임 사장과 함께 박치형 정책기획센터장, 박성환 스마트서비스센터장이 공식 배석했다.

EBS 노조는 이날 오전 8시 50분에 신용섭 EBS 신임 사장에 '노조 요구안'을 전달했고, 신 사장은 자료를 건네받은 뒤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BS 노조는 신용섭 EBS 신임 사장에게 △편성·제작·뉴스 책임자에 대한 임명 동의제·중간 평가제 도입 △2012년 임·단협 쟁점사항에 대한 적극 수용 △EBS의 취약한 재정 구조 개선 방안 제시 △통합 청사 건립에 따른 재정 압박 타개 방안 제시 △EBS 콘텐츠 글로벌화 사업의 지속적 추진 △기타 지원 및 면접 과정에서 제시했던 기관 운영 방침 마련 등을 요구했다.

류성우 EBS 지부장에 따르면, 신용섭 사장은 3일 대화 자리에서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신용섭 사장은 'EBS는 무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제작 자율성 담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관료 출신의 방송 비전문가'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 신용섭 사장은 '오히려 방송 전문가가 (방송에) 더 관여하는 걸 알고 있지 않느냐'며 자신이 방송에 대해 정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되레 구성원들에게 제작의 자율성을 더 보장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자리에 참석한 박치형 EBS 정책기획센터장은 "신용섭 사장은 EBS 신임 사장으로서 기존의 EBS가 이뤄왔던 부분들에 대해서 존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경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며 "(신 사장은) 이어 EBS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좋은 점은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이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면밀히 검토해 직원들과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도 전했다"고 말했다.

EBS노조는 4일 정오, 전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측과의 대화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렸으며 오후 6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낙하산 사장 저지'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류성우 지부장은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신임 사장의 말에 공감하지만 아직 조정될 부분들이 남았기 때문에 사측의 태도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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