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신임사장에 EBS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의 신용섭씨가 선임됨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아래 EBS노조)는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EBS노조는 30일 오전 10시, 서울시 도곡동 EBS본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임금단체협상 승리 쟁취'와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선포했다.

▲ 신용섭 EBS 신임사장의 첫 출근일인 30일 오전 10시, EBS노조는 서울시 도곡동 EBS본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김도연

신용섭 EBS 신임 사장은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등을 거친 통신 관료로서, EBS 사장 1차 공모 때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 위원이었지만, 지난 2일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EBS 사장을 지원했다. EBS 사장 임명 권한을 가진 방통위는 지난 2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신용섭씨를 신임 EBS 사장으로 결정했다. '심판이 선수로 뛴 격'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류성우 EBS지부장은 출정식에서 "임단협 투쟁과 사장 저지 투쟁은 서로 다른 별개의 투쟁이 아니다. 우리가 낙하산 사장을 협상의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임단협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EBS는 방통위 밀실에서 비밀리에 선정된 신용섭씨의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서는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EBS지부장 ⓒ김도연
이어 류 지부장은 "지난 2년 간 EBS 공사법 개정을 위해 부단히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실현되지 못하고 결국 현행법에 의해 차기 사장이 선임된 점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현행법에는 공영방송 EBS를 정부 행정기구인 방통위에 완전히 종속시키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EBS지부는 이러한 치욕적 상황을 타파하고 '방통위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총파업 이후에도 국회를 통한 공사법 개정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류 지부장은 "금번 사장 저지 투쟁은 조건부로 전개하되, 신씨가 공영방송 EBS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만약, 신 씨가 함량 미달의 인사로 판명되거나, 제작 자율성 담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가 EBS에 한 발 짝도 들여 놓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늘로써 이명박 정권하의 모든 공영방송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역사를 갖게 됐다"며 "방송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방통위원 경험도 1년뿐인 자가 'MB 낙하산 인사'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지금이 5공 치하인가.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공영방송 EBS를 식민지로 취급할 수 있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다큐프라임, 지식채널e 등 EBS는 척박한 토양에서 기적을 이뤄왔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들이 방해만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원이라고는 수신료의 3%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경험이 미천한 낙하산 사장을 보낸다는 것은 EBS에 대한 능멸일 뿐 아니라, 1만 5천 언론 노동자에 대한 능멸이다. 결단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섭 신임 사장은 30일 오전 10시 방통위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EBS노조는 신용섭 사장의 첫 출근을 저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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