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와 강제 진압으로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촛불집회는 어떤 신문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인가. '조중동'과 특히 문화일보에 대한 이야기다.

보는 시각에 따라 사실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라면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물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실관계를 다르게 보더라도 지난 5월31일과 6월1일 오전에 걸쳐 진행된 촛불집회와 강제 진압을 다룬 조중동 그리고 특히 문화일보의 보도 실태는 분노를 넘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한겨레 경향’과 ‘조중동과 특히 문화일보’의 보도 태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긴 설명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접근해보자. 그러더라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 6월 1일 오전 10시 문화일보 홈페이지

1일 오전 11시 문화일보의 인터넷판은 ‘수입품 국내價 바가지’라는 기사'와 '촛불집회 시위대 청와대 행진'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배치했다. 그런데 촛불행진 기사의 경우 노컷뉴스 기사다. 문화일보 기자들은 다들 어디로 갔나.

편집권은 언론사 자유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판에 ‘수입품 바가지’라는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린 문화일보를 보며 솔직히 좀 어이가 었없다. 문화일보는 또 헤드라인 하단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한 사설을 배치시켰다. 사설의 제목은 ‘쇠고기 행정 거부 전공노, 공무원이길 포기’란다. 또 하나의 기사도 눈에 띄는데, 제목은 ‘18대 국회 첫날 쇠고기 정국 급랭’이다. 공무원에 이어 이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문제 삼는 정치권이 문제란다.

그러나 문화일보는 이명박 대통령 관련 소식은 빼놓지 않았다. ‘참혹한 현장 보며 눈물이 난다’는 이 대통령의 쓰촨성 위로 방문 소식이 두드러진다. 이 정도라면 문화일보가 구독자 위한 신문이 아니라 ‘이 대통령 전용신문’이라는 별칭이 어울릴 듯싶다.

▲ 6월 1일 오전 10시 동아일보 홈페이지
문화일보보다 덜하지만 동아일보도 별반 차이가 없다. 확신컨대(?)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 현장에 없었다. 동아일보는 이틀에 걸쳐 열린 촛불집회 소식을 연합뉴스와 뉴시스의 기사를 받아 구성했다. 또한 청와대 소식이라면 단연코 가장 빨랐던 동아일보가 연합뉴스를 받아 ‘靑 참모들도 촛불집회 속으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촛불집회 건이라면 동아일보 기자가 접근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 6월 1일 오전 10시 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일보의 조인스는 자사 기사인 ‘투사보다 월드컵 응원단 닮은 생활인의 저항’과 ‘유모차 부대’까지 출동…엄마들이 뿔났다‘라는 기사 이외에 물대포까지 등장한 촛불집회 소식을 연합뉴스와 뉴시스의 기사를 사용했다. 가리고 싶은 것이 있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 6월 1일 오전 10시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일보에선 촛불집회 소식을 4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으나 동영상에선 언제나 경찰이 피해자로 그려진다. 아무런 방비책이 없는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가해진 경찰의 폭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정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론이라면 사실보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신문을 13, 14보까지 내보낸 한겨레, 경향신문과 비교하는 일은 관두기로 했다. 이해 바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