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여성대통령'을 선거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여성대통령론'을 내세운 박 후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프레임을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2012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가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 김도연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활동가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2 대선보도 모니터단 주최 토론회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일부 언론, 뿌리째 흔들리는 공정선거, 이대론 안 된다'에서 "조중동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다양한 지적들을 보도하기보다 민주통합당의 공세로 다루며 '자극적인 비판'을 앞세워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유민지 활동가는 이어 "특히 동아일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동아일보는 여성 대통령을 언급한 보도를 총 22건 내놨는데, 그중에서도 여성 대통령을 적극 띄운 기사가 10건에 달했다"며 "동아일보는 '여성 대통령론'이 논란이 되자 <與 "여성 전체를 죽이는 발언…문 사과해야">(11월 1일, 4면), <'박근혜 여성성' 꺼냈다가…출구 찾는 민주당>(11월 3일, 5면)에서 '박 후보의 여성성'을 지적하는 민주통합당의 공격을 '전체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주요하게 전하고, 이에 민주통합당이 '발을 빼고 있다'는 기사를 연달아 내놨다"고 설명했다.

▲ 22일자 조선일보 기사(위)와 17일자 한겨레 기사 - 언론사 화면 캡처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의 경우 '여성 대통령론' 논쟁의 핵심은 '박근혜 후보가 여성을 대변하는 정치 혹은 삶의 여정을 살아왔느냐'였는데 그 논점을 교묘히 바꿨다"고 지적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2007년 대선 경선당시 북이 핵실험을 하자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박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면서 하면서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국방, 안보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이 5년 전엔 대선 후보로서 약점으로 작용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박 후보가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울 정도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정치인 박근혜가 '여성'으로서 사유된 적은 거의 없다'는 <한겨레>의 논평이 가장 적확하다고 본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섹슈얼리티 프레임을 구사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야말로 가부장적 체제의 정점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신문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여성 대통령'을 띄우고 있지만,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흔들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조중동의 주장을 △경제민주화가 기업과 경제를 힘들게 해 결국 서민경제를 악화시킨다는 겁박 △재벌 개혁을 하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는 호도 △박 후보의 '후퇴한 경제민주화' 띄우기 등으로 정리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순환출자 의결권 금지에 대해 재계와 보수진영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 기업이 위축된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기업'이 아닌 '총수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 기업 투자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재계의 주장만을 나열하며 '기업이 어려우면 서민경제가 어려워진다'며 경제민주화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하려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며 "노동유연화는 비정규직 확대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경제민주화와 연결되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양극화의 한축에 '대기업 노조'가 있다며, 한진 중공업 사례를 들어 재벌과 대기업노조를 동급으로 취급하며 함께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박근혜 후보의 퇴보한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유통법 개정안을 막은) 박 후보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거들고 나섰다"며 "조선일보는 되레 김종인을 공격했으며 중앙일보는 박 후보의 퇴보한 정책을 '현실성 있는 공약'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했다.

이날 사회자로 참석한 신태섭 민언련 상임대표는 "모니터 보고 결과, 조중동의 두 가지 측면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대자본과 새누리당에 편향돼 있는 특유의 정파적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프레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상임대표는 "마지막으로 보수·수구 프레임을 이용한 조작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파적 성격을 갖더라도 기사가 사실에 근거한다면 '정파성을 갖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데 그칠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경제 민주화 하면 나라 망하고 손해가 크다'는 식의 비논리적이면서 겁박하는 형식을 주입한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여한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본부 공동사무처장은 "박근혜 후보는 유통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무산시켰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으며, 나오더라도 비판을 회피한 공방 보도로만 나온다"며 "박 후보는 김종인을 토사구팽하고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는 공정 경쟁을 언급하지만 유통법 개정이야말로 공정 경쟁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이었다"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파성으로 사안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실을 비틀거나 왜곡하면 안 된다"며 "언론이 관찰자 시점이어야 하는데, 행위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안에 대한 평가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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