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출연료 13억원을 두고 KBS와 한국연기자노동조합(아래 한연노)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배우 이한위씨는 KBS를 향해 "방송사, 제작사, 그리고 연기자들은 식구와도 같은데 식구끼리 이러면 되겠느냐"라며 "그러나, KBS 측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한위 "미지급금 2배 넘을 것…외주시스템에서는 비일비재"

한연노 조합원인 이한위씨와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의장은 27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KBS와의 갈등 상황과 드라마 외주제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한위씨는 "투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올해 출연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됐다"며 "지난 2010년 약속한 미지급금 2억 5천만원을 KBS가 못 주겠다고 하면서 싸움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13억원 정도의 미지급금이 쌓였다. 오히려 이 금액은 전체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스태프들과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스타 연기자에게 미지급된 금액까지 포함하면 아마 두배가 넘을 것이며 외주 제작 시스템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한위씨는 "현재 <내 딸 서영이> <산너머 남촌에는> <대왕의 꿈> <사랑아 사랑아> <개그콘서트> 출연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순재 선생님의 말씀처럼 방송사와 연기자는 한 식구라고 생각하는데, 식구끼리 이러면 되겠나. 하지만 아직까지 KBS 측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연기자들은 어떻게 생활하는가'라고 묻자, 이한위씨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연기자 전체 50% 정도는 1년에 방송 출연을 한 번도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송 소득으로 생활을 할 수 없는 분이 많다"며 "이미 얼굴이 알려져 다른 일도 할 수 없는,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 없는 상황이다. 그분들은 참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배우 이한위씨(가운데)와 한국연기자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의장(오른쪽). ⓒ CBS 라디오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외주시스템의 문제…계약관행 바꿔야"

문제갑 정책위의장은 "방송법에서는 전체 방송시간의 40%까지 외주제작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드라마가 외주 제작"이라며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불합리한 외주 제작 시스템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문 의장은 "많은 분들이 외주 제작이라고 하면 전부 외주 업체에서 만들어 마지막에 물건만 납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방송국의 직원인 피디나 간부들이 제작에 직접 참여해서 지휘를 한다"며 "외주 업체는 스태프를 섭외하거나 장비를 섭외하는 것, 일정 관리 등 제작에서 비교적 덜 중요한 일들을 맡고 있다. '외주 제작'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외주 업체의 제작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본질적으로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계약 관계가 동등하지 않다. 외주 제작사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방송사와 외주사들은 필연적으로 덤핑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며 "총 제작비는 스태프 비용, 미술비, 출연료, 기타 장비 사용료 등 많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외주 제작사와 계약 시, 방송사는 제작비를 낮추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전부 턴키(Turn Key)로 한꺼번에 계약을 하게 되고 편성을 받아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일단 계약부터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출연료 문제는 사후에 지급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출연료를 나중에 주겠다'는 식으로 미뤄버리면 방송이 끝나도 못 받게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외주 제작사들은 모두 신생 회사"라며 "우량한 제작사들은 편성을 받기 어려운 것에 반해, 신생 회사들은 이상하게도 편성을 잘 따간다. 방송사와 신생 외주사의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량한 회사의 경우에는 수지 안 맞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부실을 안고 시작하는 외주사가 계약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외주 제작사들은 아예 폐업 상태이거나 사무실이 사라져 버렸다. 만약 제작사와 대화가 가능했다면 일방적으로 방송사에 책임을 묻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최종적으로 방송사의 계약 관행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출연료를 방송사에서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직접 지급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 KBS 고시에 정해져 있다. KBS는 현재 이 고시를 이유로 출연료 직접 지급은 '외주 제작의 본래 목적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KBS는 자회사 보호 차원에서 제작비 중 일부인 미술비를 자회사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며 "이런 관행에 비춰봤을 때 KBS가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현행 법규상 큰 무리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KBS 촬영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연료 미지급 긴급기자회견에서 배우 이순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인기 프로 '개콘', "KBS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불합리한 계약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 의장은 "규정상 개그맨과 방송 연기자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개그맨과 탤런트들은 같은 조항으로 같은 적용을 받는 계약을 하고 있다"며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방송 분량 70분에 얼마를 받는다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그콘서트는 100분 동안 방송된다. 결국 30분에 해당하는 출연료는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의장은 "정상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게 이미 단체협약에 포함돼 있다. 결국 KBS는 나머지 30분에 대한 미지급금을 지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현재 KBS는 '80분 기준 출연료에 80%를 가산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산 지급 규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조항이다. 그럼에도 KBS는 현재 개그콘서트 배우들에게만 특별히 지급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싸우고 있다"며 "첫 번째는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야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법을 어겨가며 싸우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당장 어떤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는 일보다는 계속 어떤 문제 때문에 촬영 거부 투쟁을 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위해 극단적인 싸움은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