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구독거부하니? 우리는 폐간 운동한다!"

'뛰는' 시민단체 위에 '나는' 네티즌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이 '조중동 평생 구독거부 선언'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상에서는 '조중동 폐간 서명'이 잇따르고 있다.

조중동 광고주명단 '블랙리스트' 올라…"조중동 압박해야"

▲ 30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농협목우촌 안내문.
이들의 무기는 광고다. 경향, 한겨레 등에는 자발적 광고로 힘을 실어준다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는 광고를 한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지난 28일께부터 조중동에 실린 광고를 토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본격적인 항의에 나서고 있다.

30일 동국제약과 명인제약, 농협목우촌, 르까프 등이 조중동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31일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 아이디가 '하하하'인 네티즌은 3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37개 광고 전체를 분석, 광고 이미지와 연락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 정보를 정리해 아고라 언론토론방에 올렸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이렇게 많으면 항의전화가 분산되어서 안된다"며 "전면광고를 한 업체를 중심으로 하루에 3개씩만 하자. 오늘은 삼성전자, AIG, 국일미디어에 집중 항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 아이디가 'Sisyphus'인 네티즌은 31일자 동아일보 광고주 명단을 작성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에 나서자는 내용의 서명을 아고라에서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캠페인의 목적은 광고주 불매가 주목적이 아니라 조중동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광고주에게 괜히 언성을 높이거나 비방, 욕설, 고성은 삼가 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된다. 경향, 한겨레를 대체 광고매체로 추천해줘라"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촛불집회 현장에 PR판 배포…"정확한 기사가 보답하는 길"

▲ 신선설농탕 안내문.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독자들의 지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한편 지면이 선전 선동으로 비춰지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지난 주말에 이어 31일에도 서울 청계광장에 4쪽짜리 타블로이드판 스팟 PR신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한겨레 문현숙 부국장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한겨레 주요 기사들과 한겨레의 촛불집회 기사가 다른 신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김종구 편집국장은 "독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더 열심히 신문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독자들의 자발적 광고에 보답하기 위해 직원들이 돈을 모아 자사 지면에 광고를 내는 방안 등 독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경향신문 송영승 편집국장은 "5월 한 달에만 자진구독이 5천부가 넘을 정도로 경향에 대한 주목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정확한 보도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자칫 잘못하면 삐라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이슈일수록 기사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쓰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74~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연상시킨다. 당시 정부의 광고 탄압에 맞서 동아일보는 광고지면을 백지로 냈고 시민들은 격려광고로 동아일보를 지원했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소비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실제로 기업의 태도가 바뀌고 있고 장기적으로 미디어의 힘을 분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를 매개로 한 '조중동 폐간 캠페인'과 '경향·한겨레 살리기' 운동이 반짝 효과로 사라질지, 실제 미디어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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