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KBS 이사회 관련 내용을 다룬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 논란이 예상된다.

KBS본부는 30일 '정연주는 KBS뉴스를 더럽히지 말라'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난 15일 신태섭 이사에 대한 사퇴 압력 관련 보도와 26일 이사회 경영평가 방송문안 관련 보도에 대해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KBS가 정연주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KBS본부는 신태섭 이사 관련 리포트의 경우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 채택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해당 이사회는 이 같은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며 "전체적인 리포트 구성도 신태섭 이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문제 삼았다.

경영평가 관련 리포트에 대해서도 "KBS의 최고심의·의결 기구인 이사회가 의결한 2007년도 경영평가 방송 문안 내용보다는 일부 경영평가 위원의 반발에 일방적인 무게를 둔 리포트를 방영한 것은 균형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위 두 리포트가 "정연주 비호로 비춰지는" 근거에 대해서는 "보도 책임자인 이일화 보도본부장이 노조 간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임원회의에서 이사회 결정에 대한 일부 경영평가위원들의 반발 사실을 알았고 관련 팀에 리포트가 가능한지 검토를 시켰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다고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 이사회는 지난 25일 '2007 경영평가 보고서'를 의결하면서 보고서 내용과 상충되는 평가 내용을 방송문안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외부 평가위원들은 이사회의 부정적인 방송평가 문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오는 31일 KBS <뉴스9> 직후 방송될 경영평가 내용에 자신들의 이름으로 이사회의 입장이 방송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29일에는 KBS 이사회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사회가 (추가 방송문안에 대한) 결의사항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제출한 방송문안을 31일 방송에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편 30일 오후 4시부터 열리고 있는 KBS 임시이사회에서는 KBS <뉴스9>의 이사회 관련 보도에 대한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KBS가 이사회 활동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고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이 불쾌하다"며 "관련 간부들을 불러 경위 파악과 책임 추궁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다음은 KBS본부가 낸 성명 전문이다.

정연주는 KBS 뉴스를 더럽히지 말라!

KBS를 볼모로 잡고 사이비 진보, 사이비 민주, 사이비 공영방송 지키기 불장난을 벌여 온 정연주가 급기야 KBS 뉴스를 자신의 탐욕스런 사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악용하기 시작했다. 정연주의 추잡하고 사악한 시도가 현실화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의 평판을 지켜온 KBS 보도는 그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신태섭 이사와 관련된 리포트가 '9시뉴스'를 통해 방영됐다. 해당 보도는 기자협회장의 주장을 보도본부장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 팀장과 기자들은 리포트 내용과 절차의 부적정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아이템 선정 절차가 생략된 이 리포트에 대해 기자협회 내부에서조차 보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리포트는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 채택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해당 이사회는 이 같은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전체적인 리포트 구성도 신태섭 이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지난 5월 26일에는 KBS 이사회의 경영평가 방송 문안이 실제 경영평가단의 경영평가 내용과 다르다는 리포트가 역시 '9시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외부 경영평가단이 이사회가 방송 문안 내용에 '만성적인 적자와 수신료 인상 실패 등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문장을 추가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사회가 경영평가 결과를 사실상 왜곡∙조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사회가 각자 자신을 추천해 준 집단의 이해에 따라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의 최고심의∙의결 기구인 이사회가 의결한 2007년도 경영평가 방송 문안 내용보다는 일부 경영평가 위원의 반발에 일방적인 무게를 둔 리포트를 방영한 것은 균형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로 지적된다. 상당수 이사들이 경영평가단의 평가 내용에 대한 수정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법적 검토가 빠진 점도 리포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경영평가에 참여했던 한 경영평가 위원이 최근 정연주 임기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사실은 결과적으로 경영평가단의 평가 내용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처럼 내용과 절차에 하자가 있는 리포트들이 '9시뉴스'를 통해 연속 방영됨으로써 KBS는 시청자들에게 정연주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비쳐지고 있다.

보도 책임자인 이일화 보도본부장도 노동조합 간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임원회의에서 이사회 결정에 대한 일부 경영평가위원들의 반발 사실을 알았고 관련 팀에 리포트가 가능한지 검토를 시켰다'고 말했다. 사실상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다고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KBS 뉴스를 회사 안팎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지켜야할 소임을 부여받은 보도본부장이 KBS의 간판 뉴스를 정연주 지키기에 동원한 사실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다. 더구나 그 배후가 정연주라는 사실은 KBS가 국민의 전파를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연주는 '한국방송'을 '정연주 방송'으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KBS 구성원 80% 이상이 정 사장의 경영책임을 물었다. 3천2백 명이 넘는 직원들은 정연주에게 당장 회사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오죽하면 70%의 조합원이 실명을 걸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겠는가. 노동조합은 정연주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KBS 뉴스를 더러운 사욕을 채우는 데 동원하지 말라. 이일화 보도본부장에게 준엄하게 경고한다. 정연주를 지키기 위해 기자의 양심을 팔지 말라. 후배들의 땀을 더럽히지 말라. 이 같은 작태가 계속될 경우 정연주는 KBS 뉴스를 능욕한 역사적 책임을, 이일화는 정연주의 근위대원으로서 동료 선후배들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KBS 뉴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오명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08년 5월 3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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