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22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조선일보 22일 <지하철 운행 늘리고 전세버스 투입…등교 1시간 늦추기로>)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중앙일보 21일 온라인판 <버스 파업 D-1 …"출근길 교통대란 어쩌나">)

"22일 0시 전국 버스의 동시 전면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동아일보 21일 <'대중교통 택시'에 뿔난 버스 "내일 전면파업">)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반발해, 버스업계가 22일 새벽 첫차부터 모든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한겨레 22일 <오늘 전국 버스 파업…서울 마을버스는 정상 운행>)

"버스업계가 오는 2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경향신문 21일 <정치권 때문에…버스·택시 '대중교통법'충돌>)

지난 21일 '버스운행 전면 중단' 예고로 언론이 뜨거웠다. 언론들은 이 사태를 '버스파업' '운행중단' '버스대란' 등의 용어로 다양하게 표현했으나 그 중에서도 '버스파업'이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이는 진보, 보수언론 가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파업'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구체적으로, 버스 운행 중단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파업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포털 사이트에 '버스파업'으로 검색한 결과 -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이번 사태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아래 버스연합회) 측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택시 대중교통법'에 반발해 생긴 갈등이다. 버스업계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은 버스 보조금이다. 택시가 대중 교통으로 인정되면, 버스 업계는 1조 4천억원(1년 기준)의 버스 보조금을 택시 업계와 나눠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스 운행 중단 사태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버스연합회'라는 사용자였고 그 목적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기보다 사용주의 이권을 위한 갈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들이 '운행중단'을 '파업'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파업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파업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지칭하는 말이다. 버스연합회가 보여주는 사태는 거칠게 말하면, 자본가들의 이권에 따른 운행 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희 대변인은 "파업은 정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이) 파업이 아닌 것을 파업으로 규정함으로써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버스사업주들의 '버스운행중단'에 반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21일 "버스사업주들의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한 버스운행 중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운행중단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 한겨레신문 22일자 기사

노동문제에 민감해야 할 진보언론들 마저도 '업무 중단 사태'와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떨어짐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업무 중단, 업무 거부를 파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노동법상으로 보면 버스운행 중단 사태는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론들은 예전에 의약분업시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서도 '의사파업'이라고 기사화했었다. 이번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파업을 포함한 노동쟁의 행위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하종강 학장은 "(진보언론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업무중단과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저열함을 보여준다. 노동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이것 자체가 문제"라며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파업과 폐업, 업무 중단을 구분해서 가르친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는 정부는 강력하게 법으로 엄단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어떤 근거도 없이 자본가들이 업무를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혀 없다"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체행동에 대한 사회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하종강 학장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업무를 거부하면 생존을 박탈하는 가혹한 징계를 당하지만 자본주들이 이처럼 시민의 발을 붙잡고 업무를 중단해도 우리사회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자본가들이 폐업을 해서 노동자들을 실직상태로 만들어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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