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까페 '소울드레서(cafe.daum.net/SoulDresser)'의 대문 화면 ⓒ소울드레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의견광고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일부 신문에 게재된 이들의 반대광고에 대해 정부가 허위광고라고 반박하면서 인터넷까페를 중심으로 2차 의견광고를 내기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

8만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인 패션관련 인터넷까페 '소울드레서'는 모금을 통해 지난 17일 한겨레 1면과 19일 경향신문 1면에 각각 의견광고를 냈다. 이날 광고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와 미국사람이 먹는 쇠고기는 다릅니다!>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지난 5일과 7일자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는 미국사람이 먹는 쇠고기는 똑같습니다!>는 광고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 인터넷 다음까페 '소울드레서'가 낸 경향신문 19일자 1면 광고.

이에 정부는 이들 광고에 즉각 부당한 내용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농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울드레서'의 광고 내용은 '허위과장 광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울드레서의 입장에 동조한 인터넷까페의 의견광고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 프로야구 토론 사이트인 엠엘비파크(mlbpark.com)와 마이클럽 회원들도 각각 모금운동을 통해 26일과 29일 경향신문 1면에 <우리는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반대합니다>라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소울드레서'는 지난 22일 밤부터 다시 바른 언론사 후원광고를 위한 2차모금을 진행했다. 5일만에 4천3백만원이 모였고 까페 회원이 직접 제작한 광고시안으로 오는 6월 2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다시 광고를 게재할 계획이다.

▲ 다음까페 '소울드레서'의 바른언론 후원광고 2차 모금운동 게시물 ⓒ 소울드레서

이번 '소울드레서' 2차 후원광고 모금운동의 책임자인 'ⓧ잇백속칙힌'님과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잇백속칙힌'님은 자신을 소울드레서에서 활동하는 20대중반의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하면서 "닉네임 앞의 ⓧ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붙이기 시작한 기호로 쇠고기 수입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페회원 대다수는 ⓧ기호를 붙여 활동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까페 게시물을 통해 이번 쇠고기 협상의 내용을 알게 된 후 분노했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많이 답답했다"면서 "까페에서 올바른 언론사 후원을 위한 2차 모금을 진행하게 되어 작지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소울드레서는 5월초부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기획주최해오면서 계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까페 소개를 부탁드린다.

" 소울드레서는 국내외 패션정보 전반에 관심 있는 2, 30대 여성들이 모인 다음(daum) 카페 내 커뮤니티이다. 물론 17세 이상이 가입기준이기 때문에 회원 중에는 고등학생과 남성도 포함되어 있고 현재 8만4천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다. 우리 카페의 테마는 패션이지만 회원 대다수는 시사적인 이슈 및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본래 대다수 회원들은 '베스트 드레서'라는 카페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운영자의 시정되지 않는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운영에 불만을 품은 대다수의 회원들이 올해 2월 '소울드레서'라는 새로운 카페를 개설하여 대거 이동, 본격적인 패션 카페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카페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부 네티즌이 회원에게 불편을 끼쳐왔다. 이에 대다수 회원들의 요청으로 카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후 잠시 공개했다가 이번의 신문 의견광고 등으로 소울드레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우리 카페를 정치적인 카페로 오해하고 가입하는 분이 있으실까 우려되어 다시 비공개로 돌리게 되었다."

- 소울드레서가 17일 정부의 광고에 대해 정면 반박한 의견광고를 실은 것을 시작으로, 엠엘비파크(MLBPARK)와 마이클럽 등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신문지상을 통한 의견광고가 줄을 잇고 있는데, 직접 까페 명의 광고를 내기로 한 계기가 무엇인지.

"계기가 되었던 것은 어느 블로거들이 낸 '한겨레를 응원합니다. 우뚝서라 한겨레!'라는 생활 광고이다. 한 회원이 이에 대한 글을 스크랩 해왔고, 그 글에 '우리도'라는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댓글을 통하여 회원들 간의 자발적 동참 의지를 서로 확인하게 되었으며 그 후, 신문사에 가격을 문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금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당시 모금은 5일간 진행되었고, 1천 7백여만원이 모였다. 모금액은 원단위부터 십만원 단위까지 다양했다. 시안 역시 카페 내에서 자발적으로 회원이 직접 제작했다. 댓글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몇 차례의 수정 끝에 완성되었다. 이러한 회원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거쳐 17일자 한겨레 1면과 19일자 경향신문 1면에 광고가 실리게 되었다."

▲ 소울드레서 회원들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알리려 만든 쿠키 ⓒ 소울드레서

- 신문광고 이전에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에 대한 활동이 있었나.

" 이번에 신문 광고로 크게 알려지긴 했지만, 이전부터 회원들은 '행동'으로서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에 붙였다.

또 그냥 전단지만 돌리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서 예쁘게 디자인한 스티커와 여기에 소 모양의 쿠키를 직접 구워서 같이 나누어 주기도 했다. 경향신문 등 1면의 광고 외에, 삼삼 오오 모은 돈으로 작은 광고를 내기도 했다."

- 지난 20일 정부(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9일 소울드레서의 광고에 대해 허위 과장광고라고 반박자료를 냈는데 알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정부의 유례없이 발빠른 대처에 감사한다. 힘없는 국민의 작은 목소리까지 열심히 들어주신 정부에 감사하지만 그 열정을 '본업'에 더 충실하게 사용하시면 좋겠다는 것이 대부분 회원들의 반응이었다. 카페 내에서 정부의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의견들을 나누었고 충분한 반박 자료를 갖추었으나, 굳이 공식적으로 반박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 지난 17일과 19일 한겨레와 경향신문 1면 의견광고를 낸 이후 회원들 반응은 어떠했는지.

"많은 회원이 한뜻으로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시에,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신문사에서 우리가 좋은 취지로 광고를 낸다는 것을 알고 많은 도움 주셨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금액을 모금하여 기업들과 똑같은 금액으로 광고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2차 모금으로 이어졌다.

광고가 실리기 전부터 모금 과정이 다른 커뮤니티에 전해져서 관련한 온라인 기사가 몇 개 나왔다. 이에 어떤 네티즌은 소드(소울드레서)를 '부자카페'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부자카페가 아니다. 1차 광고 모금에서 1천7백만원에 달하는 모금액이 모인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내역을 보면 원 단위부터의 소중한 정성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 다음까페 '소울드레서'가 낸 한겨레 17일자 1면 광고

- 2차 모금을 진행해서 다시 광고를 게재한다는 얘기가 보도로 나오던데, 정부의 반박 보도자료 때문인지.

"처음에는 그런 면도 있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정부의 의미없는 재반박이 예상되었고, 이후 계속 이어질 소모적인 논쟁에 회원들의 소중한 정성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촛불을 아무리 들고 소리쳐도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차 모금은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서 이를 전달하고, 또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올바른 언론사를 지지한다는 1차 모금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를 통해서 올바른 언론사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았으면 한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2차 광고를 위한 모금은 지난 22일밤부터 5일 동안 4천3백만원이 모였다. 소울드레서 회원들의 대단한 정성과 열정의 결과다. 일단 월요일자(6월 2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각각 우리의 광고가 실린다."

- 경찰의 강제해산과 강경진압으로 연행사태가 속출하고 있는데, 회원들 중에도 연행된 사례가 있는지.

"정부의 '마구잡이식 연행'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8만 회원 중 누군가는 연행되었을 지도 모른다. 정확히 전해 들은 바는 없다."

- 어제 오후 쇠고기 장관고시가 발표됐다. 여전히 정부와 일부 언론은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대해 '인터넷 괴담'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기 전 스스로 주장했었고, 또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 '사실'에 대해 '괴담설'로 맞서는 정부와 언론은 나쁘다. 그것도 '악랄하게' 나쁘다. 사안의 본질은 다름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이라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이들은 '네티즌'과 '국민'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아니다. 네티즌도 국민이다. 아마 네티즌의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 앞으로 '광우병 반대 촛불정국' 관련 까페의 활동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향후 계획은 없지만, 우리는 현재 정부와 언론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물론, 부적절한 처사에 대해서는 지금껏 그래왔듯,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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