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2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과 보수진영 단일후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맞짱토론을 펼쳤다.

이수호 후보와 문용린 후보는 20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권조례' '고교선택제' '일제고사' 등 각종 교육현안을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인권침해 행위 해결해야" VS "교사의 자율권한"

먼저, '인권조례'에 대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은 "인권조례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며 "조례가 선생님들의 지도력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데 학생의 인권 얘기를 하다가 (되레 조례가) 교사의 지도력을 침해하고 약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또 조례 자체가 담고 있는 권한과 권리는 이미 헌법에도 다 있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례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 이수호 교육감 후보 ⓒ미디어스

이에 대해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의 추진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지금 혁신학교인 선사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교사, 학부모가 협약을 통해서 문제를 스스로 잘 해결해나가고 있고 이걸 조금 먼저 시작한 경기도 같은 경우도 큰 문제 없이 잘 해결해나가고 있다. 문 후보가 지적하신 것처럼 헌법에도 있고 세계인권협약 등에 포함돼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우리 학교에서 최소한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해서는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용린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선생님들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선생님에게 국가는 교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그 말은 책임지고 당신이 맡은 아이들을 지도하라는 것인데 아이들의 주머니, 아이들의 가방, 필요할 경우에 그걸 조사할 수 있는 교사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인권조례는 교육 행위를 억압하는 제도"라고 맞섰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딸의 방을 함부로 들여다보는 것도 부모로서 조심해야 될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가방을 함부로 뒤진다는 건 교사의 권한을 넘는 인권 침해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억압된 구조에서 기인 하는 것이고 관계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잘 이루어 나가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고교선택제 빨리 폐지해야" VS "현장 사정 반영해 만들어진 제도"

'고교 선택제'에 대해서도 양 후보는 팽팽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학교 서열화가 가장 큰 문제이며 이것 때문에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고교선택제는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 중에서 가장 나쁜 제도이기에 빨리 폐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외국어 고등학교와 같은 특수목적 학교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면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나 자율학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교육감 선거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문용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News1
그러나 문용린 전 장관은 "각자 다 독특한 방식의 교육에 대한 요구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지난 60~70년 동안 국민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국가가 수용하고 진작시키는 쪽으로 교육제도가 발전해왔다"면서 "고교선택제 역시 그냥 불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강남북의 학생들이 오갈 수 없는 사정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제도다. 고교선택제는 나름대로 탄생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잘 보듬고 쓰다듬어 가야할 제도"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수호 전 위원장은 "그러면 지금과 같은 학교 현장이나 실태가 바람직하다는 건지 묻고 싶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발전해왔다면 지금 잘 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문용린 전 장관은 "서울 교육의 문제를 고교선택제로 다 몰아붙이는 건 확대와 비약이며 지금의 교육 문제는 여러 요소가 잠재된 결과이지 단순한 제도로 국한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일제고사 때문에 경쟁과열" VS "국가의 의무"

일제 고사에 대한 두 후보의 의견도 역시 차이가 있었다. 문 전 장관은 "학업성취도란 이름으로 1등이 누구이고 2등이 누구냐 하는 시험에 반대한다"면서 "전국단위에서 시험을 실시해 학력이 뒤처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점검하는 일제고사는 확실히 필요하고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전국 같은 날 모두에게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모든 출판업체가 시험 교재를 만들고 학원들이 난리를 치는 등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을 같은 날 시험보게 해서 학교 현장은 경쟁 때문에 난리가 났다. 한 날에 실시하는 이런 일제고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의 공약에 대해서 "지금 같은 낡은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주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학교 자치"라며 "학급당 학생수를 25명까지 줄이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등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학교 공동체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전 장관은 "교단 안정화가 가장 핵심적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이 사회 이념의 대리전을 치르는 곳으로 전락했다"면서 "어떤 특정한 교육 정책이 주목을 받고 그것이 교육의 본질인양 교단이 시끄럽고 불안하다. 너무 큰 개혁과 변화를 단기간 내에 시도하려는 욕심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안정 속에서 차분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무상의무교육으로" VS "놀고싶어 하는 아이들, 공부하게 해야"

'문 후보 공약인 중학교 1학년 중간, 기말 시험을 없애는 것을 교육감 혼자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문 전 장관은 "교육과정을 근원적으로 바꾼다기보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실현시킬 수 있다"며 "중학교 1학년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을 끝내고 새로운 6년을 시작하는 인생의 시작 시기이기 때문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 후보 공약인 학교 비정규직 직접 고용과 학급당 학생수 줄이기는 재정적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 전 위원장은 "지금 교육에 대한 재정은 GDP 대비 4.3%에 불과하다. 교육예산 증액이 필수적"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 재정이 확보돼야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얼마든지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이 실시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 나가야 우리나라도 선진국다운 선진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위원장은 "우리 중고등학교에서 특히 진로 교육이 굉장히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직업진로 체험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또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를 기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놀까 하는 생각"이라며 "아이들이 놀고 싶어 하는데 놀고 싶어하는 것을 좀 더 학습하고 배우고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며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즐거운 상황 속에서 학습해야 아이들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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