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와 야권 후보의 보도 비율을 1대 1로 맞추라'는 권영세 새누리당 대선캠프 상황실장의 요구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되레 야권 후보에 '역편향 보도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권영세 새누리당 대선캠프 상황실장은 지난 12일 지상파 방송사의 대선 보도에서 박근혜 후보 분량이 (단일화 할) 야권 후보에 비해 부족하고, 그 내용도 비판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의뢰한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최영재 교수팀의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박근혜 후보와 야권 후보의 보도 비율은 1:1에 근접한 것으로 밝혀졌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 6호

권영세 상황실장의 발언을 전후한 11월 8일에서 14일까지, KBS, MBC, SBS, YTN, OBS의 저녁 뉴스 대선보도 81건의 '주인공'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인 경우가 15건, 문재인·안철수 공동인 경우가 13건, 안 후보인 경우가 3건이었다(50건은 후보 전반). 결과를 종합하면 '여'대 '야'의 비율이 15:16으로 1:1에 근접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19일자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를 통해 "'야권 단일화'라는 초미의 관심사가 한창 전개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모니터 보고서가 보여주는 결과는 비정상적인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MBC의 경우, 야권 단일화 관련 보도에서 박근혜 후보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역편향 보도'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단일화 관련 보도 10건 중 박 후보가 주인공인 경우가 2건, 문·안 후보가 주인공인 경우가 3건, 세 후보 모두인 경우가 5건이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문·안 후보 관련 보도의 주제는 일제히 '단일화'(13건)였던 데 반해 박 후보 관련은 '민생 유세'(9건)에 초점을 맞췄다.

언론노조는 "야권이 싸울 때 여당은 정책 제안하는 식으로 보도해, 유독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인 모양새이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공격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지난주 MBC는 '야권 단일화' 보도에서 박 후보 진영의 비판을 먼저 내보내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 주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모니터 보고서는 전한다.

9일 단일화 보도에서 '여당 비판'을 내보낸 후 '단일화 협상'이 이어졌으며 13일에는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이라는 중대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박 후보의 일정을 먼저 보도했다. 모니터 보고서는 이에 대해 "편집권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식의 문제에 해당한다"면서 "비정상적 보도"로 규정했다.

▲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최영재 교수팀의 모니터 보고서가 꼽은 '편향성의 극을 달리는 최악의 보도'-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모니터 보고서는 이번 주 보도 중에서 9일 MBC <뉴스데스크>의 "安 '당선되면 방송사 사장 정리'" 보도를 '편향성의 극을 달리는 최악의 보도'로 꼽았다. MBC 노조가 왜 농성을 하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 없이, 파업의 부당성과 이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하는 안 후보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는 내용으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철저히 경영진 입장만 대변하는 보도였다는 것이 최 교수팀 모니터 보고서의 평가다.

또한 권영세 상황실장의 요구를 KBS <뉴스 9>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에 따르면, 15일 대선 보도에서 '단일화 협상 중단'이라는 관심 사안이 터졌는데도 KBS는 이 꼭지 안에 두 야권 후보 동정까지 끼워 넣었다. 다음 꼭지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새누리당 측 비판 발언을 3건 나열한 뒤 박 후보 동정 3개, 최홍만 선수의 지지 선언 등 새누리당 동정 2개를 잇달아 내보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 6호

언론노조 KBS 본부는 "전날까지 '단일화 협상' '새누리당 비난' '세 후보 동정'의 구성이었는데 이날부터 (권영세 상황실장이 요구한대로) 여와 야의 보도 비율을 50:50으로 맞췄다"며 "편향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갈등과 같은 부정적 뉴스는 구체적으로, 정책 등 긍정적 뉴스는 추상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여권 편향성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 본부는 모니터단 조직, 일일 모니터보고서 발간, 시사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토론 프로까지 전방위로 감시하는 등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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