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한국사 傳> '조선선비 조완벽 베트남을 가다'편의 주요장면.
춤으로 역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

10월 6일 방송된 KBS <한국사 傳(전)> '조선선비 조완벽 베트남을 가다'편은 춤을 주요 표현수단으로 삼아 1579년 일본에 포로로 끌려간 진주 선비 조완벽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조선선비…' 편은 기존의 변사다큐(해설중심 다큐를 일컫는 말)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가지 실험을 시도했다.

먼저 드라마 방식이다. 우리에게 낯선 이름인 '조완벽'이 누구인지를 조선 시대 실학자 지봉 이수광의 입으로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배경은 1612년이다.

안동김씨 이수광의 처 : "대감, 오늘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쓰셨습니까?"

지봉 지수광 : "아, 오늘은 기이한 이야기를 들은 것을 적고 있었소. 부인, 조완벽이라는 선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소"

안동김씨 이수광의 처 : "조완벽이라니요. 그가 대체 누굽니까"

지봉 이수광 : "오늘 남쪽땅 진주에서 온 친구가 전해준 말인데, 조완벽이란 선비가 있다고 하오."

그 후 조완벽에 관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가 전개된다. 여기까지는 최근들어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다른 실험은 바로 이어진다. 조완벽의 고향인 진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재연장면이 삽입되는 가운데 전통무용이 펼쳐졌다.

'국수호 디딤 무용단'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 7년 전쟁동안 조선인 포로들이 겪은 고통과 조선통신사의 포로구출작전을 춤을 통해 재현해 낸 것이다.

이는 조완벽이 글과 더불어 춤을 즐겼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낸 표현방식이다.

내용을 좀더 들여다 보자.

올해는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1607년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동안 무려 10만 여명의 조선인들이 잡혀가자 첫 번째 통신사, 즉 쇄환사를 일본으로 보냈다. 쇄환사는 1625년까지 세 번 파견되어 일본인이 숨겨놓은 7,500명의 조선인 포로들을 고국으로 데려왔다. 조완벽은 400년 전 조선통신사와 첫걸음을 함께 했던 인물이다. 그는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였지만, 고난끝에 탈출했다가 다시 자신의 처지와 같은 조선인들을 데리고 오기 위하여 조선통신사로 나섰다.

조완벽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597년, 정유재란 발발과 함께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 일본에서의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던 중에 한문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일본인 무역 상인에게 팔려간다. 베트남 무역을 독점하고 있는 주인의 배를 타고 조선인 최초로 베트남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도 알았다. 조완벽은 조선의 문인, 이지봉의 시가 유행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요즘말로 '한류'다. 중국에서 이수광과 시문창수를 통해 우정을 쌓은 베트남 사신 풍극관에 의해 베트남에 소개된 것이다. 이지봉은 조완벽의 체험 및 견문 내용을 바탕으로 <지봉유설>, <지봉집>에 '조완벽전'을 써서 조완벽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일본으로 끌려난 10만여 명의 조선인 포로들의 생활도 그려진다. 양반 출신의 조선인이 일본인의 꼴머슴을 살았으며, 배를 훔쳐 도망가는 조선인들이 거의 반이나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일본인들이 칼을 시험한다며 염병으로 죽은 조선인의 시체를 앞다퉈 갈라놓는 참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방송은 조완벽의 삶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그에 걸맞는 춤으로 표현했다. 사실관계는 문헌을 소개하거나 관련전문가의 인터뷰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충했다.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때는 '국수호 디딤 무용단'이 무용연습을 하는 화면을 보여줬다.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이러한 방식이 낯설어 집중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도에 극찬을 보내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무용 자체가 낯선데다가 공연장면만 유독 조명이 너무 어두워 프로그램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 분위기였다. 나레이션도 메인 성우의 목소리에 조완벽 역을 맡은 연기자의 목소리, 중간에 등장해 해설하는 아나운서까지 나오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실험에 공을 들인점, 묻혀있었던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내려고 애쓴 노력은 <한국사 傳> 의 기획의도와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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