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오후 4시 미국산 쇠고기 새 수입 조건을 담은 최종 고시안을 발표했다. 확정된 고시에 따라 소의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부위의 미 쇠고기가 개방되며 곱창, 막창과 같은 소 내장과 소시지와 같은 가공품도 개방된다. 고시는 다음 주 화요일자 관보에 실림과 동시에 법적 효력을 갖게 돼 미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고시가 발표된 29일에도 수 만 명의 시민들은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들고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 모였다. 또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정부의 고시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한 달여 동안 연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고,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쇠고기 수입 반대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선 미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어떠한 허점과 문제가 있기에 이들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나서는 걸까? 29일 방송뉴스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MBC, "소 부위, 거의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 문제"

▲ 5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먼저 MBC <뉴스데스크>는 '여전히 허점'에서 "소 부위가 거의 그대로 들어온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 구체적으로 △30개월 이상 소 뼈·고기 수입 △30개월 이하 광우병위험물질 수입 △소장 끝 2미터 제거 내장 위험성 여전 △미 업체 잘못 반복해야 제재 가능을 언급했다.

MBC는 이어 정부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부위를 수입하는 대신 검사비율을 1%에서 3%로 높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 발언을 인용해 고시의 허점을 찔렀다.

"위험물질이란 걸 인정했으면 내장과 혀를 수입하지 말아야지 이 부분을 이미 들여오고 나서 3% 조직검사만으로 걸러낸다는 건 정부가 할 태도가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KBS, "광우병 소, 끝까지 추적 못한 경우도 있어"

KBS <뉴스9>도 '안심할 수 있나?'를 통해 이번 고시안의 문제점을 지적, △미국 특별 검역단 "문제없다" 결론 △쇠고기 작업장 승인 주도권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 조치 △광우병 위험 물질 범위 규정을 세부적으로 언급했다.

▲ 5월 29일 KBS <뉴스9>.
KBS는 정부가 수입중단의 근거로 GATT 20조나 WTO동식물검역협정을 들며 잠정적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 것과 관련, "잠정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 때는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됐을 때가 아니라 광우병이 확정됐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KBS는 이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던 사례를 보면 확정까지만 해도 17일에서 6달이 걸렸고 역학조사까지 마무리하는 데는 길게는 8달까지 걸렸다"며 "그 사이 수입이 계속되는 것이고 광우병이 확정이 됐을 경우, 그 소와 한 배에서 태어났거나 함께 자란 소는 모두 걸러내야 하는데 심지어는 끝까지 추적을 못한 경우도 있다"라고 이번 고시의 한계를 지적했다.

SBS, '미국 도축장 현지 실사 결과'에만 의문 제기

KBS와 MBC가 정부 고시의 허점을 명확히 지적한 것과는 달리 SBS <8뉴스>는 미 쇠고기 고시안이 아닌 '미국 도축장 현지 실사 결과'에만 의문을 제기했다.

▲ 5월 29일 SBS <8뉴스>.
SBS는 '문제 없다지만‥'에서 정부 미국 현지 실사단의 30개 도축장 점검 사실을 전하며 정부 발표 내용을 밝힌 뒤 "짧은 기간 동안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도축장을 철저히 조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SBS의 '2% 부족한 보도'는 한우 농가를 위한 정부 대책을 보도한 리포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MBC는 '축산농민 화났다'에서 정부의 고시 강행에 반발하는 한우 농가의 행동을 보도하며 농민들이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KBS는 '지원확대…반응 '싸늘''을 통해 정부의 한우 농가 대책을 전한 뒤 미비점을 지적, 농민들의 이중고를 함께 보도했다.

이와는 달리 SBS는 '대책 미흡 반발'에서 정부 대책을 상세히 전한 뒤 "정작 당사자인 축산농민들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폭락하는 소값을 막을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축산농가의 반발만을 덧붙였다.

촛불문화제에 적지 않게 등장하는 'SBS'

요즘 촛불문화제 현장에선 조중동의 보도를 규탄하는 발언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SBS 보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게 등장한다. 이는 SBS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판단하는 것은 SBS 기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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