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외압으로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부결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은 15일 하금렬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하금렬, 김무성 업무방해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미디어스

언론노조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은 '청와대 대통령실장''집권여당 총괄선대본부장'이라는 막강한 사회적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여 공영방송 MBC의 인사문제에 개입해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키도록 획책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는 "이는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업무방해 행위로써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며 "특히 업무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이라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 발생할 필요가 없으므로, 막강한 자리에 있는 피고소인들이 개입한 것만으로도 방문진의 인사업무에 위험이 발생했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 같이 피고소인들의 행위는 단순한 범법행위 차원을 넘어 막강한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여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언론노조는 검찰이 실체적 진실에 기초하여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의 범죄행위를 엄단해 주기를 촉구한다. 또한 본분을 망각하고 권세와 지위를 남용하여 언론에 개입하고 정략적 의도를 채우려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의 독립성을 이런 식으로 훼손하는 것을 보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김무성과 하금렬은 민주주의와 언론 독립성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체제 파괴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김무성과 하금렬은 죄질도 나쁘지만 재범의 우려도 확실하다"며 "이들이 다른 자리로 가거나 했을 때는 이보다 더한 것도 할 것이며 주변의 다른 인간들은 전례를 보고 배워 반복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검찰은 이미 모든 신뢰를 상실한 대상이고 개혁의 첫번째 대상임을 국민들이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김무성과 하금렬과 똑같은 부류가 아니라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여는'의 신인수 변호사는 "예를 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 실장과 미국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미국 NBC 방송사 사장 해임을 부결시켜달라고 한 것과 같다. 나라를 뒤흔들만한 뉴스인데 그날 지상파 방송에는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며 "대신 MBC에서는 청도 흑염소 생태계 교란, SBS에서는 농가 부순 멧돼지, KBS는 제주 노루 밀렵에 수난 등이 보도됐다. 멧돼지나 노루보다 여권 측의 사장 해임 개입 문제가 더 가볍게 치부되는 것이 2012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형법 제314조의 '위력'에는 사회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한 압박도 포함된다고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다"면서 "대법원은 교육청의 건설 팀장이 시행사의 현장 소장을 대체하라고 압박을 가했던 사실에 대해 업무방해죄라고 판시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청와대 실장과 집권 여당의 유력한 선거위원장이 방문진 이사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법리상으로 봐도 명백한 업무방해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검찰에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고소를 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내곡동 비리 특검에서 밝혀진 것처럼 검찰이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고 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며 고소가 통과의례라고 해도 역사적 기록은 썩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직권남용과 형법상 범죄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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