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불방 11개월여 만인 12월 4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존의 PD를 제외한 채 MBC노조 파업 도중 채용한 시용PD 4명과 대체작가 2명으로만 방송을 꾸릴 것으로 알려져, 탐사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5일 MBC노조 특보에 따르면, 파업 중단 후 <PD수첩>의 첫 방송은 내달 4일로 결정됐으며 시용PD 손모씨와 정모씨가 제작을 담당한다. 배연규 <PD수첩> 팀장이 배포한 일정표에 따르면, 그 다음 방송일인 12월 11일 방송 역시 시용PD 조모씨와 김모씨가 맡았다. 12월 18일부터는 4명의 시용PD가 한 명씩 번갈아서 45분짜리 방송을 제작한다. 대체작가 2명이 격주로 구성과 대본을 맡았으며, 기존의 <PD수첩> PD들은 방송 일정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 PD수첩 - ⓒ PD수첩 홈페이지 화면

당초 <PD수첩>은 PD 9명과 작가 6명으로 제작돼 왔으나, MBC 사측은 'MBC노조 파업 지지'를 이유로 지난 7월 <PD수첩> 메인작가 6명을 전원 일방 해고한 바 있다. 해고에 대한 반발 여론이 MBC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MBC 사측은 대체작가와 일하기를 거부하는 PD들을 제외한 채 제작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2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PD와 작가없이 서둘러 <PD수첩>을 재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MBC 노조는 15일 특보를 통해 "<PD수첩>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은 제작기간과 인력이 뒷받침돼 심층취재와 철저한 검증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의 면면을 살펴볼 때 기존의 <PD수첩>처럼 심층취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용PD는 물론 대체작가들도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없으며 작가 2명이 격주로 방송을 하게 된다면 작가는 기획·섭외·취재과정을 전혀 모른 채 촬영 테이프를 보며 대본쓰기에만 급급할 것이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MBC 노조는 "이들은 대선후보 검증이나 권력 비판 같은 보도보다는 이른바 '연성 아이템'으로 중차대한 시기를 비켜갈 것"이라면서, "또 12월 4일과 11일 두 차례 방송이 끝나면 '시용 PD수첩'은 대선과 크리스마스, 신정 때문에 잇달아 불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현종 국장은 올해 두 차례만 방송하고 <PD수첩>을 정상화시켰다는 명분을 챙길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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