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하금열 대통령 실장이 김재철 MBC 사장 해임 처리를 막았다는 정황이 폭로된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야당 추천 이사 중 한 명인 최강욱 이사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연결에서 "외압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 방문진"이라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 권력이) 개입해서 방문진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까지 저해한다면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과 하금열 대통령 실장. ⓒ뉴스1

이어 최강욱 이사는 "지난달 25일 전까지 사장을 해임시키기로 하는 합의문이 만들어졌고 거기에다 서명을 하신 분들도 있었다"면서 "그 합의문에는 '김재철 사장과 현 MBC 노조집행부 동반 퇴진''고소·고발 상호 취하' 등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최강욱 이사는 "최초 합의문을 만드신 분이 이미 사인을 했고 과반수의 이사가 합의문에 동의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10월 25일 당연히 (해임안이) 통과될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가 와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왜 그럽니까'라고 질문하자, 청와대에서도 전화를 받았고 박근혜 캠프의 유력하신 분한테도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최강욱 이사는 "과반수의 이사가 다 합의한 상황에서, 그리고 김충일 이사 본인 스스로 '가능하면 전원일치로 통과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꺼낸 상황에서 갑자기 못하겠다고 얘기를 하려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의결 전날 '내가 전화를 두 군데에서 받았는데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단순한 약속파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10월 하순, 21일, 22일, 23일 정도까지 '김재철 사장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방문진의 여권 인사 일부도 10월 초에 나왔던 한겨레신문 보도, 이진숙 씨와 최필립 이사장 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더 이상 참기는 힘들다' 등의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의원은 "(그런데) 24일부터는 '틀렸다'라는 이야기가 들어왔다"라며 "갑자기 23일에서 24일 사이에 무언가 틀어진 것이다. 추측컨대, 자기를 임명해준 사람으로부터 심한 요구나 요청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여당 추천 이사들'에 대해 신 의원은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온갖 비행을 다 저질러도 사장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신용카드 사용, J와의 관계는 용서하더라도 정수장학회를 통한 '꼼수'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김재철은 공영방송의 수장은커녕 공영방송의 직원이나 수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김재철 해임안 부결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상식과 순리에 따라서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야권 이사 세 분만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발의한 것에 주목을 해본다면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이진숙 본부장은 "MBC 노조가 파업을 했던 이유는 순전히 선거를 앞두고 기획했던 정치파업이었다"면서 "그것도 노조 집행부 몇 명이서 기획을 했던 기획파업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진보다 노조가 더 강하다. 노조에 밉보이면 30년 고생하고 경영진에 밉보여도 3년이면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MBC에 돌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무서워 지난 파업에 다 동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부결에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진숙 본부장은 "제가 당사자가 아닌 만큼 대답을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일부에서 주장을 하는대로 '외부 압력을 받았다. 어디에서 전화를 받고, 어디에서 압력을 받아서 이런 식으로 부결시켰다'라고 말씀을 한다면, 저는 그런 지적이나 비난들이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지나친 모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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