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 투쟁을 결의한 데 이어 KBS 새 노조도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조만간 파업에 나설 태세다. 상반기의 방송사 동시파업이 대선을 앞두고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각계 원로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방송 정상화와 언론자유를 위한 MBC노조와 KBS 새 노조의 투쟁을 지지한다"며 연대 활동을 다짐하고 나섰다.

백낙청, 성유보, 오종렬 등 각계 원로와 35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정언론공동행동'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MBC 김재철 퇴출 및 KBS 부적격 사장 저지를 위한 시국회의'를 열고 "사사로운 이익에 눈 먼 정권을 위한 조작과 동원의 도구로 전락한 방송을 정상화시키고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MBC노조와 KBS새 노조의 이번 투쟁에 지지와 격려 및 연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 각계 원로와 시민단체가 6일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시국회의를 열고 있다. ⓒ미디어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오는 8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김재철 해임안을 다룬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의 압박으로 여당측 이사들이 해임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며 '박근혜 후보 띄우기' '야당 후보 죽이기'로 얼룩진 MBC 보도행태를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며 "KBS 역시 '특보사장' 김인규씨와 함께 KBS를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섰던 길환영 등 부적격 인물들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어떻게든 KBS를 정권 손아귀에 넣어 자신들의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파렴치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정권의 공영 미디어 장악과 미디어법 개악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기를 소망하는 국민의 의지와 힘을 믿는다"며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민들의 투쟁과 저항을 통해 한발 한발 전진해 왔다. 우리 국민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군사독재 정권이 물러난 후 우리사회에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언론 탄압이 사라질 줄 알았고 해직 언론인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면서 "이명박 정권 이후에 해직 언론인이 무더기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에 언론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 온 MBC 기자와 KBS 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집회''FTA반대 운동' 등 각종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공기(公器)"라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 중에 '기(氣)가 막히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언론의 기가 막히면 사회가 죽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종렬 고문은 "방송사를 망가뜨렸던 사람들이 사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기를 막고 있는 '돌멩이'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래부 새언론포럼 회장은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들의 기자들이 (우리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KBS, MBC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보도해줬으면 바랄 게 없겠다"라면서 "그것이 최소한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현재 MBC는 김재철 손에 들린 흉기이며 이 흉기를 제대로 빼앗아 국민에게 정상적인 물건으로 되돌려놓는 건 시대의 요청"이라며 "MBC <뉴스데스크>는 특정 캠프의 사주를 받아 다른 후보를 중상모략하는 보도를 '검증'이라는 이름하에 보도하고 있다. KBS도 제도적 장치가 무용지물인 상태에서 사내 민주주의 탄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차기 사장으로 유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다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이라며 "언론노동자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짓밟는 낙하산 사장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동아투위·조선투위 선배님들이 70년대에 얼마나 큰 고난을 겪었는지 얼마나 올곧은 삶을 살아오셨는지 잘 알고 있다. '분골쇄신'의 자세로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언론공동행동은 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MBC 제작시스템과 보도, 어떻게 망가졌나' 실태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재훈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가 'MBC 내부 제작시스템 붕괴 및 보도행태 고발'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희완 민언련 사무처장은 'MBC 보도, 어떻게 망가졌나-대선보도를 중심으로'를 발표할 예정이다. 패널로는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대표,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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