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의 임기가 오는 23일 만료되는 가운데,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구성원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막을 올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3일 총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2일에는 '삭발ㆍ단식 투쟁 선포식'을 통해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오른쪽)과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부본부장(왼쪽)은 2일 삭발을 단행했으며,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한다. ⓒ곽상아

KBS본부는 2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선포식을 열고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여당 추천 이사 7명은 독단적으로 KBS에 낙하산·부적격 사장을 선임하려고 한다"면서 "이병순, 김인규와 같은 정권의 낙하산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을 단행한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낙하산 사장을 막을 것"이라며 "그동안 지겹게 졌지만, 이번 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KBS 여야 이사들은 2일 사장 면접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고 9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특별다수제'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 등이 여당 추천 이사들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되자 야당 이사들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KBS 양대 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이 방송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무법인 자문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당 이사들을 압박했으나, 여당 이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당 이사들은 지난달 26일 공동 성명을 발표해 '특별다수제' '특별의사정족수제'에 대해 "현행 방송법상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단호하게 '거부'의 뜻을 밝혔다.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을 향해 "10월 31일 정기이사회까지 소수 측 이사들이 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이사회에 복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행 방송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정해진 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해, 사장 선임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당 이사들은 2일 오후 4시 이사회를 예정대로 열 예정이지만 야당 이사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여당 이사들이 당장 사장면접 후보자 명단을 압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당 추천인 양성수 KBS 이사는 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정대로 2일 회의를 통해 사장 후보자 명단을 압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단 야당 이사들이 하는 것을 봐야 한다"며 "내일(2일) 모여서 논의해 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 2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삭발, 단식투쟁 선포식'에는 120여명의 KBS본부 조합원들이 참석해 "낙하산 사장이 웬말이냐. 새 노조가 저지한다"고 외쳤다. ⓒ곽상아

야당 이사들은 2일 오전 성명을 발표해 "(여당 이사들만이 일방적으로 선정한) KBS 사장은 반쪽짜리에 불과할 것이다. 어떠한 권위도 없을 것이고, 전 사회적 반발의 눈초리에 직면할 것"이라며 "서류심사와 후보 압축을 유보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KBS 기자협회, PD협회, 기술인협회, 경영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KBS 내 5개 직능단체도 2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국민적인 저항과 사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분명한데도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특별다수제 도입을 통한 사장 선임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

한편,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이 이미 총파업을 결의한 KBS본부와 함께 내주부터 전면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지도 관심사다.

양대 노동조합은 이미 지난달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길환영 KBS 부사장, 고대영 선거방송심의위원, 권혁부 방통심의위 부위원장, 강동순 전 방송위원 등 4명을 '사장 부적격자'로 지목한 바 있다.

양대 노동조합은 오늘(2일) 오후 4시 KBS 이사회를 한 시간 앞둔 오후 3시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여당 이사들의 일방적인 사장선임절차 강행에 항의할 예정이다. 또, KBS본부가 KBS노조 측에 조대현 KBS미디어 사장을 포함해 5명에 대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파업 돌입 여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KBS노조 측은 5일 비대위를 열어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2일 '삭발ㆍ단식 투쟁 선포식'에 참석해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서는) 양대 노조의 본격적인 연대 투쟁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만약 성사되지 않는다면 협회가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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