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촛불문화제 자유발언대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연행자 석방"과 "조중동은 찌라시"이다. 자유발언의 절반 이상이 조중동(때로는 SBS까지 포함)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KBS, MBC, SBS 뉴스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평화적인 촛불문화제가 거리시위로 변질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방송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중계차 연결까지 하고 있지만 조중동을 비판하는 코멘트나 시민 인터뷰는 없다.

물론 네티즌들은 이미 무삭제, 무편집된 생중계를 통해 촛불집회를 지켜봤기 때문에 방송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고 아쉬울 것은 없다. 문제는 아직도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대다수 시청자에 대한 지상파 뉴스의 영향력이다.

타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인가. 27일 밤, 광우병 위험에 대한 조중동의 말바꾸기를 신랄하게 비판한 MBC < PD수첩>만이 그 역할을 '힘겹게' 하고 있었다.

KBS MBC SBS 모두 '엄중처벌' 방침 단순 전달

▲ 27일 방송3사 메인뉴스는 한중 정상회담 소식에 이어 미국산쇠고기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정부의 '엄중처벌' 방침을 첫번째로 보도했다.
대신 이날 촛불집회 관련 뉴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정부의 엄정대처 방침이다. 27일 검찰과 경찰, 노동부가 참석한 공안대책협의회에서는 평화적인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여기에 경찰이 집회 주최 단체를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안정국'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KBS <뉴스9>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 관련 뉴스를 '주최단체 수사'로 시작하면서 경찰의 방침을 단순 전달했다. 정부의 사법처리 방침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현장중계 리포트에서만 소개됐다.

KBS가 보도한 '주최단체 수사' 리포트 앵커멘트에서는 "불법 촛불시위를 엄단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경찰이 배후 단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했는데 이는 엄밀히 보면 촛불집회에 '배후단체'가 있다는 주장을 사실로 단정한 것이다.

촛불집회의 주최측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로 분명히 있지만 '배후단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확연히 다르다.

이와 관련해 이날 MBC <뉴스데스크> '배후있다…자발적'에 인용된 한 인터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이 배후와 선동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과거 5, 6공 시절 공안경찰의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공작적이고 음모적인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MBC는 "경찰이 증거도 없이 배후설을 흘리는 것은 평화집회를 불법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쇠파이프 휴대 구속수사? 시민의 무기는 디카뿐!

▲ 27일 촛불집회 현장중계를 위해 나온 방송사 취재진. 좌측부터 MBC,KBS,SBS ⓒ윤희상
정부의 엄정처리 방침을 전한 스트레이트 뉴스는 MBC와 SBS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데스크>는 '10명 소환통보'에서, SBS <8뉴스>는 '주최자 사법처리'에서 역시 정부의 사법처리 방향을 그대로 전달했다. SBS는 이어진 현장중계에서 경찰의 방침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기는 했다.

"검찰은 쇠파이프를 휴대하거나 돌멩이를 던지는 극렬 시위대도 구속 수사하고 단순 참가자라도 도로를 점거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로 했습니다."

MBC '10명 소환통보' 내용 중 일부인데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 하더라도 '쇠파이프'나 '돌멩이'는 촛불집회에선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취사선택이 필요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 이후 기성 언론은 '물리적 충돌'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기가 있다면 디지털카메라뿐이기 때문이다.

방송뉴스, 인터넷 공론장 등 주목…언론 불신 확대를 어쩔 것인가

방송뉴스는 "순수한 촛불문화제가 정치성 시위로 비화됐다"(KBS) "촛불집회와 인터넷이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MBC) "10대 '미친소'→20대 'MB정책'으로 시위의 흐름도 세대교체되고 있다"(SBS)면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모습이지만 시민들은 이미 훨씬 앞서가고 있다.

방송이 조중동에 대한 시민들의 극도의 불신을 보도하지 않는 동안 그들의 소통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언론에 대한 불신은 더욱더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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