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 발표를 앞두고 이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27일에도 이어졌다.

저녁 7시경에 시작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5000여 명의 시민들은 "시민 연행 중단하라" "고시 철회하라" "협상 무효화하라" 등의 구호를 소리높여 외쳤다.

▲ 27일 촛불문화제 전경ⓒ윤희상

사회를 맡은 광우병대책회의 활동가 정보선씨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 목소리를 이젠 들을 때도 됐건만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야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을 다 연행하고 싶겠지만 도대체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그러느냐. 다만 우리는 살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라고 주장,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끝까지 싸우자"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

촛불문화제 자유발언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우리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며 "끝까지 싸우자"고 주장했다.

박상훈씨(26)는 "다음 아고라에서 자발적으로 모금해 산 물건을 전달하러 왔다"며 "이 외에 다른 시민은 시위에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여러분들을 위해 초코파이를 줬다. 우리를 친북좌파 세력이라는 정부와 경찰을 대항해 끝까지 싸우자"고 밝혔다.

경찰에 연행된지 48시간만에 풀려나온 문진환씨(36)는 "25일 새벽 경찰들이 방패로 무장하고 나와서 아스팔트를 방패로 찍으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힘없고 몸약한 노인들도 방패로 밀쳤다"며 "나는 그날 경찰 구둣발에 밟혀 죽는 줄만 알았는데 방송뉴스엔 한토막도 안 나오더라. 우리 모두 이명박 정부에 굴하지 말고 짧은 양초 한 자루로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 시민들의 자유발언 중 조중동 신문사 및 일부 방송사의 왜곡 축소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윤희상

김경호 들꽃 향린교회 목사 역시 "한 여성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에 항의한 최재봉, 이명국 목사가 연행됐다. 정부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정당한 일을 한 목사를 잡아가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광우병 문제 뿐만 아니라 유전자조작식품(GMO) 등 우리의 먹거리가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규씨(58)는 "잡아갈 사람은 청계광장보다 청와대에 많다"며 "이 과정에서 조중동은 정부가 국민한테 사기치는데 망을 봐주고 있고, 문화일보도 성공하면 끼어달라고 망봐주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꽃으로도 때려선 안 되는 사람을 왜 방패로 찍나"

25일 새벽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을 당해 팔에 붕대를 감은 김영신씨(15)는 "4일동안 밤을 새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끝까지 해보자는 심정"이라며 "새벽되면 사람이 없다. 남을 사람은 최대한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주부 김정은씨(31)도 "살면서 지금까지 데모 한번 해본 적 없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나같이 평범한 사람까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러분들은 절대로 다치지 말아달라. 꽃으로도 때려선 안 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왜 방패로 찍느냐"며 "배후에서 누군가가 조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펴고 있는 정부, 조중동에 너무나도 화가 난다. 절대로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청계광장 김제동'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형준씨(26)는 "미 쇠고기 문제 외에도 이 정부는 정말 문제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병원이나 학교가 대놓고 장사를 하도록 하자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며 "이 대통령은 학교 양호실도 민영화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만 치료해 줄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9시 5분경 강기갑 의원 등장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윤희상
9시 5분경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에 등장했다. 강기갑 의원은 "통합민주당 의원 3명과 민주노동당 의원 5명과 함께 국무총리를 만나 촛불문화제에 나온 사람은 아무 배후 조정자가 없으니 연행한 모든 사람들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평화 시위인 촛불문화제를 끝까지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는 9시 15분 경 마무리됐으며, 참석한 시민들은 청계광장 자리를 치우고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인터넷 언론, 네티즌 개인을 비롯해 방송 3사에도 생중계됐다.

▲ 다음 아고라를 통해 결성된 '의료봉사단'이 참석했다ⓒ윤희상

▲ 현장중계를 위해 나온 방송사 취재진 좌측부터 MBC,KBS,SBS ⓒ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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