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박정찬 사장 퇴진’, ‘공정보도 쟁취’를 위해 103일간의 파업을 이어갔던 연합뉴스, 누구도 연합뉴스가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지만 공정보도하고 싶다는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열망은 컸다.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8일 25대 집행부가 새로 구성됐으며 국제부 기자인 고일환 씨가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103일의 파업이 끝나고 4개월이 지난 현재 연합뉴스는 파업 이후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위해 <미디어스>는 고일환 신임 위원장과 지난 26일 연합뉴스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고일환 연합뉴스 노조 신임 위원장은 “박정찬 사장이 들어오고 난후 언론사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 울분과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일환 위원장은 “이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부압력에 그냥 순응하거나 무감각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 '박정찬 사장 퇴진'과 '연합뉴스 바로세우기'를 위해 파업에 돌입했던 노조 조합원들의 모습ⓒ연합뉴스 노조

고일환 위원장은 98년에 입사한 15년차 중견 기자지만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노조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파업이 끝나 후 대선 국면에서 노조 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것은 후배들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고일환 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28기에서 31기 후배들이 박 사장 규탄 성명을 냈다”면서 “후배들이 나설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최대 목표였던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의 퇴진은 이뤄내지 못했다. 고일환 위원장은 “우리가 파업 중 외쳤던 박 사장 퇴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분이 남아있는 한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라며 “(박 사장 퇴진 문제도)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찬 사장이 건재하지만 공정보도를 위한 연합뉴스 노조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현재 매주 한 번 ‘대선보도 점검회의’를 실시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편집총국장이 참석하는 노사편집회위원회가 열린다. 연합뉴스 노조는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사측과 전국단위의 선거가 있는 경우 3개월 전부터 매주 선거보도 점검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매주 공정보도위원회를 열어 기사를 분석해 ‘대선보도 점검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일환 위원장은 “파업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기사를 계속 내보내면 찌라시라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선보도 점검회의에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것들이 없다면 파업을 200일 동안 지속했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03일 파업을 했다고 연합뉴스가 하루아침에 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부터 부단히 노력해 나가야하는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 고일환 25대 연합뉴스 노조 위원장ⓒ미디어스

고일환 위원장은 “연합뉴스 바로세우기라는 목표는 파업으로 완성되는 것도 마침표를 찍는 것도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고 전했다. 고 위원장은 “이 과정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임기 내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또 연합뉴스 바로세우기를 위해서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지적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우리는 기존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바깥에서 연합뉴스에 대해 비판해 주고 예리하게 지적해줬으면 좋겠다. 연합뉴스 바로세우기라는 기나긴 과정 동안 독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고일환 연합뉴스 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강훈상 연합뉴스 노조 사무국장이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대신 답했다.

- 취임한지 3주가 지났다. 지난 3주간 어떻게 지냈나?

현재는 업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사규나 규약을 보고 공부하고 있다. 25대 노조는 24대 노조가 이뤄놓은 성과를 받아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전임 위원장이 정리하고 나간 것들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 첫 파업이었을 텐데 103일간의 파업 소회를 이야기 해 달라

연합뉴스가 사실상 첫 직장이다. 파업 전까지는 노조비는 내고 있었지만 노조가 사실상 무엇을 하는 지 실감을 못했다. 회사라는 게 위에서 명령하면 지시에 따라서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가 보다하고 지냈다. 하지만 박 사장이 들어오고 난 후 ‘사회생활을 하니까 참아야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언론사로서 사회조직으로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 울분과 답답함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외부압력에 그냥 순응하거나 거기 무감각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파업 과정에서 제일 부끄러웠던 것은 지난해 12월에 28기에서 31기 후배들이 박 사장 규탄 성명을 낸 것이었다. 나는 98년 입사를 해 이제 15년차다. 조직에 대한 애정도 많았고 그만큼 문제의식도 많았지만 후배들이 나설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파업기간동안 열심히 투쟁했으며 노조위원장을 맡은 것도 후배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출발점이 됐다.

- 파업 이전 이후 어떻게 변했나. 파업 전에 일선기자들은 찌라시라는 소리도 듣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떤가?

MB정부 들어서 연합뉴스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분들이 많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은 연합뉴스의 파업으로 어느 정도는 의구심을 거뒀을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기자들이 과거에 연합 찌라시라고 불렸던 것이 지금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03일 파업이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찌라시였다가 갑자기 찌라시가 아니게 되고 왜곡이 벌어졌던 것들이 일거에 사라져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아직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공정언론이라는 지향점으로 걸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 나가야한다.

- 비슷한 시기에 파업을 이어갔던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연합뉴스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다. 미처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은 없는가?

파업 참가자와 불참자 사이에 눈에 보이는 갈등은 현재 없다. 파업 기간 중에 간부들이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었을 정도로 파업에 참가 안하더라도 박 사장이 취임한 후 연합뉴스 편향된 기사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 파업에 참가안한 간부들이 나서서 완장 찬 사람들처럼 노조를 공격했었다면 갈등의 골을 메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파업 중 외쳤던 박 사장 퇴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분이 남아있는 한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갖고 있더라도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제왕적 사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박 사장이 현재 제도를 운영해 공정성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든 개선 돼야하지 않을까

- 공정보도위원회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매주 회사 쪽과 만나 협의하는 '대선보도 점검회의'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나?

(강훈상 사무국장)공보위가 노조 산하 조직이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합의한 사항 중에 전국단위 선거가 있었을 때 3개월 전부터 매주 선거보도 점검회의를 열기로 한 부분이 있다. ‘대선보도 점검회의’는 노조측 공보위 대표와 사측의 부국장급 대표가 각각 5명씩 모여 논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노조가 안건을 제의하면 사측은 이에 대해 해명을 하거나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 이런 대선보도점검회의가 매주 한 번씩 열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편집총국장이 참석하는 노사편집회위원회가 열린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은 요약해 매주 사내게시판에 올린다. 지적을 받은 해당 부서에서 꽤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실제로 여당출입기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에 기자들이 여야에 분산 배치되는 등 실제 개선된 부분도 있다.

(고일환 위원장)편향보도라는 게 ‘위에서 지시해서나 나온 것이냐’, ‘기자들이 현장에서 쓰다 보니 나온 경우냐’하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쓰다보면 편향 보도로 비춰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제도를 잘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다.

- 파업 종료 당시 합의에 따라 운영됐던 노사 제도개선 특위가 지난달 3개월간의 활동을 마쳤다. '편집총국장제' '책임평가제' 등은 합의됐으나 미합의 사항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어떤 것들이 미합의 사항이었으며, 회사측에서는 어떤 이유로 반대했던 건가?

사내 연봉사원과 지방 사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차별해소 문제가 미합의 된 사항이다. 사측 입장에서는 차별해소를 하려면 돈이 들어가니까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거부하고 있는데 임단협 때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임단협을 하기 전에 회사 경영 설명회를 하고 노조는 거기에 맞춰 협상 전략을 짜게 되는데 다음 달이면 우리도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 파업을 했던 것이 불공정 보도문제도 있었지만 근로여건에 대한 문제제기도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은 현재 어느 정도 개선됐나?

뉴스Y에 불법 파견문제나 기자들에게 리포트를 하게 하는 문제 등은 현재 많이 개선됐다. 파견 나갔던 직원들 중 복귀를 원했던 사람은 모두 복귀했다. 리포트 문제도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 뉴스Y문제는 박 사장의 일방통행식 창립과정과 운영문제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면 뉴스Y 보도본부장을 했던 김석진 씨 같은 사람을 중용한 것이 이다. 김석진 씨는 지금 새누리당 공보위원을 맡고 있는데 4.11 총선 때 인천 남동을에 출마하기 위해 (뉴스Y에서)나간 사람이다. 처음부터 잘 준비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현재는 사람들이 모두 거부감만 느끼게 됐다.

▲ 파업 중이었던 지난 5월 박정찬 사장이 연합뉴스 노조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로 사장실 출입을 하지 못하자 노조사무실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조

- 대선 정국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선보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연합뉴스 대선 보도 어떻게 보고 있나?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통신사는 보도가 신속 정확해야한다. 특히 신속이라는 측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빨리 쓰다 보면 오해받을 만한 소지도 생기기 마련이다. 기자들도 쓸 때 조심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기사를 써야하고 데스크는 현장에서 신경 쓰고 기사를 작성하는지 만약 실수로 편향적으로 느껴질 만한 제목이 올라오는지 점검하고 추가취재를 통해 기사를 보강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시스템을 잘 갖춰야한다. 연합뉴스 기자들 개개인이 잘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 사장이 들어온 이후 이런 시스템 자체가 망가진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편향된 기사를 주문하고 압력을 넣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것이 완전히 없어진 것 같지는 않다. 노조에서는 현장에서 이런 분위기가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문제를 파악하고 고치게 요구를 해나갈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다.

- 노골적인 친박 편향이라고 평가받는 고성국 박사의 진행프로그램이 뉴스Y에서만 매일 편성으로 확대됐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앞으로도 해나갈 계획인가?

노조가 성명을 내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회사측은 "문제가 없다. 고성국 박사에게 편향성을 보이지 않도록 경고를 줬다"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편향적인 발언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로 앉혀 놓은 것이 문제다. 그것에 대해 경고를 한 상황이고 현재 더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

(강훈상 사무국장)현재는 시청률을 분석하고 있다. 사측에서 고성국 박사를 쓰는 이유로 시청률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 뉴스Y 평균 시청률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몇주 더 분석한 후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다. 우리는 김어준이 오는 것도 반대한다. 김어준 총수가 와서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우리는 고성국 박사도 김어준 총수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최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도 이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연합뉴스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의 여당 편향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법제도 개선 투쟁에 나설 계획은 없나?

현재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이 사실상 여당 6명 야당 1명이다. 이들이 사장을 추천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과 외풍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반드시 바꿔야한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위해 이사수를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자는 구체적이고 좋은 해법들이 나와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뉴스통신진흥법을 고쳐야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을 고쳐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 시킬 것이고 토론회에서 우리 의견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지부장을 맡았다. 임기동안 최대의 목표는?

지난 22일 국정감사 연합뉴스 업무보고에서 새누리당 모 의원이 불법파업 정치파업 운운하자 한 의원이 "불법파업 정치파업 한 것은 맞다. 나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자기 밥그릇을 가지고 싸운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고 들었다. 현재 제도로 불법파업을 하지 않으려면 우리 밥그릇을 가지고 파업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월급 더 달라고 파업한 게 아니라 연합뉴스 바로 세워달라고 한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목표는 파업으로 완성되는 것도 마침표를 찍는 것도 아닌 진행형이다. 연합뉴스 바로세워가려는 과정에서 이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업전에 연합뉴스 보도에 실망해서 우리를 싫어하는 독자분들이 많이 계셨겠지만 지난 파업이후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투쟁이 그것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파업을 했다고 찌라시가 갑자기 고급지로 변하는 것도 아니지않나. 지금은 부단히 노력해야하는 과정이고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우리들도 못보는 부분이 있다. 기존 시스템 안에서 일을하는 사람이기때문에 무덤덤해져서 이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나태한 마음도 있을 수 있다. 바깥에서 연합뉴스에 대해 비판해주고 예리하게 지적해줬으면 좋겠다. 또 따뜻한 관심이 필요할때는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 연합뉴스를 바로 세워가는 기나긴 과정에서 독자들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자체가 의미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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