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미디어스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감히 피해자를 욕보일 수 있나?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부일장학회 강탈 과정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다가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홍구 교수는 25일 오후 6시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무료시민강좌 '정수장학회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김지태씨는 부정축재자도 아니었고, 친일파도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박근혜 후보는 팩트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25일 오후 7시에 공개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박근혜 후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공개토론'은 '시민강연'으로 대체됐다.

한홍구 교수는 "김지태씨가 친일파였다는 이야기는 정수장학회와 새누리당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근무한 것은 맞고 떳떳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방 이후 친일파 규정 기준에 비춰보면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간부가 아닌 말단 직원을 친일파라고 할 수 없다"면서 "김지태가 박정희에게 재산을 뺏길 때는 '친일파'라는 죄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백번양보해서 김지태가 친일파라고 하더라도 그보다 몇 배 더한 친일파 박정희가 친일파 재산을 환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태는 부정축재자'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홍구 교수는 반박했다. 한 교수는 "김지태는 조선방직에서 생산되는 군수용 광목에 불량품을 섞어 이적행위를 했다는 명목상 이유로 이승만 때부터 국가 권력에 핍박을 받았다. 이승만이 선거용 정치자금을 모을 때마다 김지태씨는 잡혀갔다"며 "뿐만 아니라 4.19혁명 이후로 자유당 시절의 부정축재자들을 처벌할 때 불법적으로 선거 자금을 댄 사람들을 중심으로 처벌했지만 김지태는 환수 대상이 아니었고, 박정희가 부일장학회를 강탈할 때도 부정축재처리법 위반은 기소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故 김지태씨(왼쪽)와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찍은 최루탄 박힌 故 김주열 열사 - 한홍구 교수 자료

이어 한홍구 교수는 "김지태가 헌납한 것이 5.8%에 불과하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주장은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김지태는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부산일보에 부산 서면 로터리 일대의 토지 10만평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치르고서야 석방됐다"면서 "스코필드 박사와 이병철 회장이 군사정권의 요청과 강압으로 낸 기부금 규모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치 못하는 금액이었다. 토지를 제외해도 김지태씨 재산이 가장 많다"고 반박했다.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며 "박근혜 후보는 (50여년 전의 일이라) 잘 모르고 있는 기자들 앞에서 비열하게 고인을 욕보이지 말고, 공개토론에 나오길 바란다. 박근혜 후보가 나와도 좋고, 최필립 이사장이 나와도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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