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매체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자 한류를 이끌어내며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준 TV드라마. 최근 인기를 끌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부터 <쩐의전쟁> <하얀거탑> <주몽> <내 이름은 김삼순>까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의 편한 소재가 되는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 이렇듯 드라마가 어떤 장르보다도 친근하고 익숙한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거울"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TV드라마는 예술로서 평가받고 있을까? 시청률 50%를 자랑하는 이른바 '국민 드라마'는 영화 관객 1천만명 돌파의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드라마를 오락으로 인식하는데 여전히 익숙하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예술은 고상한 그 무엇이고, TV를 보면서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한 조합일까? 하지만 "대중의 예술적 욕망을 일상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영상예술로서의 드라마"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현대사회의 대표적 영상예술'로서 드라마의 대중적 영향력,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하면 드라마를 보고 읽는 재미가 훨씬 넓어진다.

<1960년 멜로드라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드라마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가 최근 드라마 비평집 <김삼순과 장준혁의 드라마공방전>(북마크 펴냄)을 펴냈다.

드라마는 예술인가 오락인가? 아니면 그 무엇인가?

이 책은 불륜과 출생의 비밀, 백마 탄 왕자로 등장하는 부잣집 남성과 신데렐라 또는 캔디로 묘사되는 가난하지만 (예쁘고) 씩씩한 여성의 로맨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 등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소재와 표현 수위에 유독 집착하는 드라마 비평과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소재주의적 측면에서 드라마를 비판하기 보다 극적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행동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극적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윤 교수의 지적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놓치고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 책에서 김삼순과 장준혁이 침 튀겨가며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좋은 드라마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등장인물과 구조적 완결성,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삶'이 녹아있을 때" 아홉개의 꼬리, 아니 열개의 꼬리로 시청자를 유혹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모두 이 세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등장인물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겉돌거나 어이없는 우연적인 상황이 남발되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없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탄생하는 이유다.

드라마 비평, 소재주의적 측면에만 한정되지 말아야

그러나 핑크빛 로맨스, 짝사랑과 실연, 불륜과 이혼 등 뻔하고 뻔한 소재라도 그 한계에 머물지 않고 구조적 완결성을 매개로 독창적으로 비틀어 변주해 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생생한 드라마로 탄생된다.

드라마는 우리 시대 자화상이다.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세상이 변하고 관습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했다. 90년대의 드라마 속 사랑과 2000년대의 드라마 속 사랑은 같을 수가 없다.

사람들의 관심과 취향도 이전과 다르게 복잡한 층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속에서 작가주의로 평가받는 독창적인 대본과 감각적인 연출력은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틈새를 넓혀가고 있다.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드라마 제작기술이 발전하고 형식적 실험이 계속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김삼순과 장준혁의 드라마 공방전>은 마치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한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바라보거나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하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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