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MBC에서 방영된 <MBC 스페셜> '3만 5천원의 비밀'의 한 장면이다.

'3만 5천원의 비밀'은 한국전쟁 고아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Compassion)을 소개하며 한 달 3만 5천원으로 한 어린이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1993년까지 10만 명의 어린이들이 컴패션의 도움을 받았고 2003년부터는 가나, 우간다, 탄자니아, 부르키나파소, 방글라데시, 아이티 등 24개국의 어린이들을 후원해주는 후원국이 되었다.

컴패션을 통해 한 아이를 후원하는데 드는 비용 '3만 5천원'은 어떠한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2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대학생 모의유엔회의를 준비하게 된 나는 회의 주제인 '인도적 지원' 의제에 맞춰 국제사회 일어나고 있는 기아, 분쟁, 기근 등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자료를 접하고 분석할 때마다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해 보였던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감사함도 수없이 느껴야 했다.

국제사회에는 물을 기르기 위해 아무 것도 신지 않은 맨 발로 수 십리를 걸어가는 아이들과 작은 고사리 손으로 무차별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컴패션을 선택, 후원을 시작한지 올해로 2년이 되었다.

방송에선 컴패션을 통해 30여명의 어린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후원을 받는 어린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최소한 의식주를 보장받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옷차림이 깨끗해진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랬다. 2년 전 후원을 시작할 당시, 내가 후원하는 아이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6살 짜리의 신발로는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어른 신발을 신고 있었다. 당시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대학생이었던 나는, 매달 3만 5천원이란 금액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아이의 옷과 신발이 마음에 걸려 후원을 중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제법 말끔해진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God bless you' 'I love you'라는 짧은 영어 문구가 담긴 편지도 함께 받았다.

2008년 한국에서 '3만 5천원'으로 좋은 곳에서 식사 한 끼를 할 수 있고, 한 편의 좋은 뮤지컬을 관람할 수도 있으며, 백화점에서 선물 하나정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3만 5천원'이란 금액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의 통로가 된다.

'3만 5천원'은 가난으로 꿈을 잃은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나아가 그 아이뿐 아니라 한 아이의 가정이 온전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08년 5월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 많이 웃는다. 그러나 국제사회에는 이러한 사소한 일상에서의 웃음조차 누리기 힘든 아이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을 구하기 위해 쩍쩍 갈라진 맨 발로 수 십리를 걸어가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웃음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컴패션을 통해 10만 여명의 한국 어린이들이 도움을 받았다. 이제 어린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네가 가난한 것은 너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따스하게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3만 5천원'은 웃음을 잃은 어린이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기적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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