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에 힘 입어 끝까지 싸울 겁니다."

두 차례의 대기발령에 이어 해고까지 당할 위기에 놓인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이정호 편집국장은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부산일보 지면에 실었다가 지난 4월 대기발령 조치를 당했으며, 지난달 10일부터는 아예 서울에서 '열린 편집국'을 차리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이정호 국장은 18일까지 회사로부터 보직을 받지 못한다면 자동 해임되며, 회사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결국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부산일보 총무국장은 1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정호 국장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 "인사위원들은 보직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장의 결정만 남은 상태"라며 이정호 국장이 자동해임될 것임을 내비쳤다.

이정호 국장은 1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침착한 목소리로 "아직까지 보직과 관련한 (사측의) 연락은 없다. 아마 내일(18일) 저녁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선거가 끝난 뒤 결과(해임)를 알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부산일보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회동'으로 여론의 중심에 서고 있다.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원소유자인 고 김지태씨 유족의 주식반환 청구소송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부산일보를 부산지역 기업에 팔아버리려 한 계획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유족, 시민사회 등의 격렬한 항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호 국장은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를 '빽'으로 삼고싶어 하는 부산지역 기업에 신문사를 팔아버리려 했던 시도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월 최필립 이사장이 언론을 통해서 (자꾸 노조가 반발하면 부산일보를 팔아버리겠다고) 이야기했었고, 경영진을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는 것. 그러나, 이정호 국장은 "이번 폭로로 매각 계획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의 갈등은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가 됐던 2004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정호 국장은 "2004년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가 되면서, 부산일보는 더 이상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시킬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게 됐다"며 "특정 정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거나 특정 기업의 소유가 된다면 (언론이) 어떻게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정호 국장이 생각하는 부산일보 사태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정호 국장은 "사람 하나 바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만으로는 부산일보 사태가 봉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국장은 "무엇보다 현 상태에서는 민주적으로 사장 선임을 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정호 국장은 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에서도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의 목소리가 뜨겁다고 전했다.

이정호 국장은 "부산 지역의 50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환원 요구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부산 시민들이 현재 1인 시위와 연대 농성을 통해 '편집권 사수 운동'을 지지해주고 있다"며 "부산일보 구성원 대부분도 언론의 독립성 확보와 소유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 부산일보 앞에서 '거리의 편집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호 편집국장(왼쪽)과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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