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는 시민들이 "독재타도", "물러나라 폭력경찰", "이명박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 메워 경찰과의 긴장감 흐르는 대치 상황이 계속됐다.

▲ 25일 새벽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송선영

이날 오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은 주변을 봉쇄해 이를 막았다.

이에 시민들은 광화문 교보문고 인근에서부터 종로1가까지를 점거했으나 경찰이 시민들 주변을 둘러싸면서 현장의 대치 상황은 시작됐다.

오후 9시, 경찰 현장봉쇄…인터넷 알려지면서 더 많은 시민 모여

오후 10시. 경찰이 시민들의 움직임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시민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었다. 경찰은 시민들의 보행을 통제하고 불법집회 채증을 위해 시민들의 얼굴을 찍기도 했다. 곳곳에서 감정이 격해진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 A씨는 "경찰이 저 안에 있는 시민들을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면서 "경찰은 시민들을 처벌하기 위해 계속 사진을 찍고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찰 살수 '협박'…시민들에게 불빛 쏘기도

▲ ⓒ송선영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를 매운 시민들을 향해 "계속 도로를 점거하면 살수하겠다"라고 경고하며 살수차를 등장시켰으나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살수차를 퇴장시켰다. 그러나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강한 불빛을 쐈고 이에 항의하는 일부 시민들과 충돌이 일어나는 등 현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의 구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아닌 "독재타도" "물러나라 폭력경찰" "시민들을 풀어줘라" "이명박은 물러나라" 등으로 다양해졌다.

25일 새벽 12시30분. 시민들은 도로에 앉아 자유발언을 이어갔고 경찰은 더 이상의 시민들이 합류하지 못하도록 주변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일부 시민들을 인도 위로 밀면서 경찰 버스를 동원해 제지하려 하자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가 이어졌다.

새벽 1시. 교보문고 앞 도로와 인근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구호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자 경찰에서는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자진 해산해 주십시오. 경찰은 여러분의 불법행위를 묵과할 수 없습니다"라고 시민들을 향해 경고했다.

시민들은 이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응했다.

길거리에 있던 시민은 대치하고 있던 경찰을 향해 "우리를 좌파 빨갱이라고 하는데, 무력하려 하면 더 커지지는 게 민중의 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새벽 1시30분, 봉쇄병력 철수

▲ 시민들이 자유발언 시간을 통해 경찰을 규탄하고 있다. ⓒ송선영
시민들과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경찰은 시민들을 봉쇄하고 있던 병력을 철수했고 이에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다시 도로 중앙으로 모였다.

새벽 1시30분. 경찰의 봉쇄가 풀리면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 그리고 경찰, 조중동을 향한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이 때 거리에 있던 한 시민은 울면서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B씨는 광화문 도로 시위에 대해 "오늘 아직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씨도 "정부는 배후세력이 있다고 저질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집회의 배후세력은 오히려 이명박이다"면서 "정부는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지만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라고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옆에 있던 D씨는 "밤 11시 경에 일부 시민이 다쳤다는 이야기도 들렸으며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어린이들이 경찰의 강경 대응에 놀라 놀라 울기도 했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새벽4시40분 살수차 동원 시민들에 물대포

그러나 경찰은 이날 새벽 4시40분께 다시 살수차를 동원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시민 37명 이상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6일에도 청계광장에서 미국산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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