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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 대선보도 박사학위 논문대로만 해라"[인터뷰] 최문호 KBS 새 노조 공추위 보도부문 간사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10.16 14:29

"대통령 선거에 대한 KBS 9시 뉴스 보도는 정책ㆍ공약 보다는 여전히 선거전략/판세분석 중심의 경마식(horse-racing)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의제설정을 주도하기 보다는 후보자가 제기한 의제에 끌려가는 경향을 드러냈으며, 나아가 16대 대선의 경우 야당 후보자에 불리한 의혹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편파적 보도태도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MB특보 출신으로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김인규 KBS 사장의 2007년 박사학위 논문 'TV뉴스의 선거보도 의제 분석-14ㆍ15ㆍ16대 대선에서 뉴스프레임을 중심으로'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 사장은 논문에서 KBS뉴스의 편파성을 질타했으나 위의 문장에서 '16대 대선'을 '18대 대선'으로만 바꾸면 현재의 KBS에 대한 지적으로 읽어도 무방한 내용들이다. '논문 따로, 방송 따로'인 셈이다.

"김인규 사장, 박사학위 논문대로만 해라"

   
▲ 김인규 사장의 박사학위 논문
최문호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15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인규 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KBS 대선보도 모니터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규 사장은 본인이 다른 누구보다도 대선보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사측에 편파보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너희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귀 담아 듣지 않아요. BBC, NHK나 학계에서 공인된 기준에 의해 평가한 것이라고 해도 인정하지 않죠.

대선보도를 평가할 때는 (회사측도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김인규 사장 본인이 직접 쓴 대선보도에 대한 논문을 기준으로 삼아야 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문에는, 옳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러나, KBS 새 노조 측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된 7월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지상파 3사의 9시 뉴스를 분석한 결과는 참담했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치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문 내용과 달리 KBS의 대선보도량은 3사 가운데 제일 적었으며 일관되게 박근혜 편향 보도를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 최문호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 ⓒ곽상아

최문호 간사는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 대선보도를 평균 1,2꼭지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가 거의 '먹거리 방송' 아니냐"며 "시사프로에서도 대선 아이템이 다뤄지지 않고 있는데,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을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라는 점에서 KBS뉴스가 의도적으로 선거뉴스를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문호 간사는 "오히려 종편이 (편향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청자가 알아야 할 대선 정보를 KBS보다 더 많이 보도하고 있다"며 "김인규 사장은 자신이 쓴 박사학위 논문에 나온 그대로만 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치공세 돌파할 수 있는 자신감 부족한 것 아닌가?"

   
▲ 9일 KBS <뉴스9> 13번째 리포트 '삼성동 주택 소유과정' 캡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선후보 진실검증단'이 최근 내놓은 대선후보 부동산 검증 보도로 이어졌다. KBS <뉴스9>은 9일부터 11일까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검증 리포트를 내보냈으나 여론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특히, 최문호 간사는 박근혜 후보 부동산 검증에 대해 "검증이 아니라 해명을 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부동산 검증 보도에서는 (부지 침범, 등기 지연 논란에 대한) 팩트를 제시한 뒤 바로 이를 해석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당사자 쪽 인터뷰도 나오구요. 그런데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당초 기사에 '박근혜 후보의 증여세 미납 등이 불법'이라는 지적이 담겨 있었으나 데스킹 과정에서 빠졌어요. (부동산 의혹에 대한) 당사자 인터뷰도 없고.

박근혜 후보 측이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이런 경우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더 노력을 한다든지, 아니면 그 사람의 입장을 가장 갈음할 수 있는 걸로 대체해서 보도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검증보도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질의서를 언제 보냈는데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없어요. 검증이 아니라 해명을 해준 거라고 봅니다."

최문호 간사는 "아직까지 외압은 없다고 보는데, 전체적으로 검증보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와 (정치공세를 돌파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KBS 정치부가 바뀌지 않으면 KBS 뉴스는 안 바뀐다"

95년 입사해 사회부, 통일부, 정치부를 거쳐 2005년 탐사보도팀에서 2년여 동안 근무하며 '김앤장을 말하다 1,2편'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고위공직자 재산검증시리즈' 등으로 수 차례 기자상을 거머쥐었던 최문호 간사는 "벌써 입사한 지 19년이 다 되가는데, 어떤 때는 '비애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MB라디오 연설 100회 특집 방송으로 이화섭 보도본부장과 통화하면서 '이런 일로 뉴스를 도중에 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쪽 팔린다'고 따졌어요. 자존심 무너지는 일이니까요."

"KBS가 바뀔 수 있을지 아닐지, 솔직히 지금 생각은 5:5"라는 최문호 간사는 생각이 많은 듯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갔다.

"KBS가 95일간 역대 최장기 파업을 했습니다. 공정방송을 해보겠다고. 그 사람들의 열의가 담긴 공정방송 투쟁을 하고 있는데도 안 된다면? 글쎄요. (한숨) 어떨 때는 '정말 안되는 거구나' 싶기도 하고…. 벌써 입사한 지 19년이 다 되가는데도, 안 된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에는 보도 당사자 중 한 명으로서 원칙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제 '플레이어'가 됐으니 ('플레이어'로서)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최문호 간사는 "KBS 정치부가 바뀌지 않으면 KBS 뉴스는 바뀌지 않는다. 다른 부분은 바뀔 준비가 돼 있으나, KBS 정치부는 구조가 굉장히 강고하다"며 출입처와의 유착이 특히 심한 정치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탐사보도팀으로 가기 직전 1년 동안 정치부에 몸 담았으나 스스로 그만두고 나왔던 최문호 간사는 "(정치부 기자들이) 최전선에서 KBS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정치부가 바뀔 수 없고, KBS 뉴스가 바뀔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KBS가 망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KBS에서 정치부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습니다. 정치부에 들어가면 커리어가 하나 생기는 구나 하니까. 제가 그만뒀던 이유는…당시 나름대로 취재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1년 지나니까 개인적으로 더 이상 정치부에 남아있는 게 의미없이 느껴졌습니다. 취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물론,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일이 있고, 살아움직이기 때문에 '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움직이는 기자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기자의 결과물에는 차이가 없어요. '오늘 새누리당은 뭘 했고, 민주당은 뭘 했다'는 보도가 90%니까 정치부에서는 취재를 안해도 기사를 쓸 수 있고, 취재를 해도 비슷한 기사가 나오게 마련이지요."

전 정치부 기자로서 KBS 정치부 기자의 민주당 불법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문호 간사는 "KBS 기자가 도청했다는 확신은 없다"면서도 "만약, 그 문건(녹취록)이 KBS에서 작성돼 넘어간 게 맞다면 취재의 열의나 회사를 위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일선의 움직임이 있고, 이를 여당에 갖다주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다른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문호 간사는 "한쪽은 나름의 순수함(?)이 있었을 것이고, 이를 다른 쪽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나쁘다"며 "만약 정말로 도청을 했다면 그 차원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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