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치졸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방송을 국정홍보처로 착각하는 발언을 해 세간의 지탄을 받았고, 방송사와 언론유관단체의 인사에 아예 공개적으로 개입해 임기 전 중도하차 내지는 사퇴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청와대발 언론통제성 발언과 기사삭제 압력, 정부 홍보광고 집행과정에 차별게재 등 행태를 나열하자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른바 프레스 - 프렌들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은 인사로 잡고 신문은 광고로 잡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는 그야말로 대통령과 대통령 직속기구를 이용한 아우와 형님의 ‘광폭한 언론통제 시나리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늘 KBS특별감사가 발표됐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가 지난 15일 KBS가 부실경영과 광우병 편파보도 의혹 등이 있다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절차를 진행에 왔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김금수 KBS이사장의 비공개회동,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사표 이후 심의가 진행됐고, 오늘 감사결과가 발표 된 것이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표적 감사다. 하반기 정기 감사가 예정돼 있는 KBS에 대해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돌리며 정연주 사장을 내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최근의 과정이 그렇다.

국민의 방송인 KBS가 운영전반에 있어 바르고 적절하게 되고 있는지 감사제도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압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이번 감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오늘 또 김금수 KBS이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김 이사장의 사퇴설이 사실이라면, DJ정부시절 노사정위원장과 참여정부에 KBS이사장을 거치면서 요직을 누려온 인사가 정작 공영방송의 독립에 있어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과 동시에 역사적 직무유기다.

KBS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체성과 철학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더 이상 치졸하고 노골적인 시나리오로 KBS를 흔들고 장악하려는 초딩 수준의 음모를 중단하기 바란다.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은 솜털보송한 어린학생들을 거리에 내모는 당신들의 엉성하고 비상식적인 장악 시나리오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8년 5월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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