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정’에 대한 논평 -

21일 감사원이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감사 결정은 지난 15일 이른바 ‘보수단체’들이 KBS의 부실경영과 광우병 편파보도 의혹 등을 이유로 특별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심사위원회는 “누적결손의 증가 등 부실경영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인사권 남용 등 경영실태 전반에 대하여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편파방송’ 부분은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해 감사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감사원의 이번 특별감사 결정이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시도’와 연관된 표적감사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KBS를 장악하기 위해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씨는 김금수 KBS 이사를 만나 정연주 사장의 사퇴 권고 결의안을 종용하고, 여기에 발맞춰 일부 친한나라당 이사들은 결의안을 이사회에서 다루려고 시도했다. 임기가 보장된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려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에 대한 독립성 훼손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앉혀 KBS를 좌지우지 해보겠다는 발상이다.

13일 전윤철 감사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 정부의 KBS 장악 시도와 무관한 일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청구한 한 ‘보수단체’ 인사가 ‘보수매체’에 기고한 글을 보면,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KBS 감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전 전 감사원장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그의 사퇴를 더욱 거세게 압박한 것이 아닌지, 전 전 감사원장의 사퇴를 기다렸다가 ‘보수단체’들이 KBS 감사를 청구하고, 감사원은 7일 만에 이를 전격 수용하는 일종의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감사원은 부실경영과 인사권 남용을 특별감사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국회의 국정감사와 결산승인을 통해 다룰 수 있는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KBS에 대한 정기감사가 예정되어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정부의 KBS 장악 시도가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맞춰 특별감사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의 수위를 높여 그를 몰아낸 후 KBS를 장악하고, KBS 2TV 민영화를 강행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이명박 정부가 감사원을 압박한 결과 아닌가?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언론통제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이번 감사원의 결정 역시 국민들의 의혹과 분노를 초래할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임기가 남은 감사원장을 사실상 쫓아내고, 감사원을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방송사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 아래 감사원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의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시 한 번 ‘악수(惡手)’를 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08년 5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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