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국정감사 당시의 권영길 의원. ⓒ연합뉴스

올해 들어 창당한 당 이름에 ‘통합’이 들어갈 만큼 이명박 정부 5년은 야권에게 ‘단일화’와 ‘통합’을 명령한 시기였다. 그런데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 진보정당들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통합진보당 실험’의 실패가 결정적이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탈당파들이 모여서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을 때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세 개로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잔류 진보신당이 십 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당과 통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분열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이석기·김재연을 포함 6명의 의원을 보유한 당이며 내부적으로 이정희와 민병렬이 겨루는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다. 통합진보당 탈당파들은 지난 7일 새진보정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당명을 ‘진보정의당’으로 결정했다. 애초 지도부가 민주노총을 고려해 당명으로 ‘노동복지당’을 추진했으나 구성원들의 반발로 철회하고 발기인 대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던 사안이다. 진보정의당이 출범하면 소속 의원이 7명으로 단번에 제3정당이 된다. 진보정의당은 내일까지 합의추대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정하고 20일에서 21일까지 당원들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같은 날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진보신당의 당명을 ‘진보신당 연대회의’로 확정했다. 진보정의당이든 진보신당 연대회의든 대선 이후 재창당을 말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당명에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가치나 지향을 뚜렷하게 표현하지 못한 한시적인 당명을 계속해서 고수하는 현재의 상황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다른 좌파단체들과 함께 민중경선을 하여 사회연대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중경선에 참여해서 ‘흥행’을 유도하려 했던 홍세화 대표가 아내의 병세가 위중하여 ‘대선 플랜’이 제대로 가동될지 걱정이 많다.

녹색당의 재창당 날짜는 오는 13일로 잡혀 있고, 지난달부터 시도당별 재창당 대회를 진행 중이다. 현재 녹색당은 2기 대표단 선거를 치르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7일 새진보정당 창당발기인 대회에 나온 권영길 전 의원이 노동중심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영길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을 탈당했지만 새진보정당 창당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 그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하는 가운데 그가 ‘다섯 번째 진보정당’을 창당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악수하는 권영길 전 의원. 문재인 측에서 권영길 전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바란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연합뉴스

권영길 전 의원의 발언은 현재 존재하는 네 개의 진보정당들이 노동계의 입장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맥락에 기인한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와 갈등을 겪었던 민주노총 등은 참여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어 통합진보당 창당 때부터 불만이 있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로 ‘배타적 지지’를 ‘조건부 지지’로 바꾸고 결국 지지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진보정당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다.

물론 현재 민주노총이 독자적인 창당을 할 역량이나 여력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권영길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현실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진보정당들이 난립하는 상황은 1997년부터 재개된 진보정당 운동의 논리가 벽에 부딪혔음을 보여주는 증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선 정국 ‘문안박’ 3파전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진보진영이 이번 대선을 어떤 식으로 돌파해야 혁신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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