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을 탈당하고 '진심캠프'로 들어간 송호창 의원이 박선숙(왼쪽), 김성식(오른쪽) 공동선배본부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현역 의원인 송호창 의원의 탈당 및 안철수 ‘진심캠프’ 합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김민석’이라는 비판과 ‘단일화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혼재된 상황이다. 정치평론가들도 이 사안에 대해서 의견이 갈렸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와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송호창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는 쪽이었다. 유창선 박사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총선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역 의원이 소속 정당을 이탈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면서도 “안철수 쪽이 현역 의원이 없고, 송호창 의원의 개인적 친분을 생각하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 역시 “어색하고 정치도의상 안 맞다. 하지만 형식논리에만 얽매일 수 없는 문제”라면서 “송호창 의원이 원래 민주당에서 키워낸 사람이 아니었고 시민사회 쪽 인사였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송호창 의원을 2002년의 김민석의 행보에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유창선 박사는 “정몽준과 안철수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나. 정몽준의 정체성이 불명확했다면 안철수는 명백하게 야권후보다. 그렇다면 2002년 상황에 비유하는 건 맞지 않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게다가 당시 정몽준으로 넘어간 이들은 정몽준을 지지하러 간 것이지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송호창 의원의 경우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지지자들끼리 감정이 나빠지는 건 좋지 않다. 문재인 후보가 ‘아프다’라고만 얘기했다고 하는데, 매우 절제된 표현이었다고 본다. 이 정도 감상이 적절하지 않을까”라고 지지자들의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철희 소장 역시, “김민석은 민주당에서 키운 사람이지만 송호창은 다르지 않나”라고 차이를 얘기하면서 “민주당 쪽에서 (송호창 의원이) 서운하고 괘씸한 건 인지상정이지만 적군에 투항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두 사람은 송호창 의원의 ‘진심캠프’ 합류가 후보 단일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유창선 박사는 “당연히 후보 단일화가 공론화가 된다면 그가 가두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는 기대를 드러냈고, 이철희 소장 역시 “(안철수 캠프가)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기울지 않겠는가. 후보 주변에 누가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이제는 2대1(공동선대본부장 중 민주당 출신 대 새누리당 출신이)이다.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송호창 의원 탈당에서 단일화를 기대하는 것은 장밋빛 전망이며 그의 행보가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송호창 개인의 의중을 따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민주당이 두 개로 나눠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했고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도 “민주당의 무능을 증명하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상훈 대표는 “야권의 경우 그간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면서 당명을 바꾸어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친노와 호남의 분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호남이 안철수의 지지기반이 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예전에는 친노에 우호적이었던 수도권의 교육받은 3~40대 중산층들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정황이다. 이는 안철수가 정치세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과거 문국현 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택광 교수 역시 “용광로 캠프라는 말을 했지만 초선 의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운신에 제약이 있는 민주당의 상황이 송호창 의원의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송호창 의원의 안철수 ‘진심캠프’ 행에서 단일화의 희망을 읽어내는 시도에도 부정적이었다. 박상훈 대표는 “단일화 때문에 갔다는 것은 송호창 의원의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단정했고 이택광 교수는 “민주당이 정권교체보다 당권수호에 매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데, 상황이 이렇다면 단일화는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봐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택광 교수는, “안철수에 대한 최근의 비판들을 보면 민주당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송호창을 김민석으로 이해하려는 조류 역시 그러한 증상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가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당선이 되더라도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건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선거에 이기는 것은 이와 별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MB 연대의 논리는 국정운영의 역량은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새누리당 정권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것 아니었나. 근데 이제와서 정권교체보다 국정운영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지난 몇 년 간 민주당이 수혜를 입었던 ‘반MB 전선’의 결과가 안철수임을 꼬집었다. 그는 “친노의 이해관계를 문재인이 대변하다 보니 후보의 리더십도 안 보이고 본인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호창 의원의 ‘진심캠프’ 합류는 개인적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당장 민주당의 분열을 이끌어낼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호창의 행보가 한국 정당 정치의 취약한 단면을 드러내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십년 전의 김민석의 이탈은 오히려 노무현 후보의 반등을 가져왔다. 그의 이탈이 문재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후보 단일화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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