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규제기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IPTV) 시행령 제정관련 공청회가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내일(23일) 오후 2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는, 그간 소문 무성하던 IPTV 도입의 실제화를 위한 정부쪽의 구체적인 움직임이라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오는 29일까지 시행령과 고시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 전자신문 5월 22일자 10면

이런 가운데 전자신문은 오늘(22일)자 10면과 11면을 전부 통털어 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IPTV콘텐츠정책 좌담회' 기사를 실었다. 전자신문은 기사에서 " 전자신문사는 21일 새로운 융합서비스인 IPTV 활성화를 위해 'IPTV 방통융합시대 콘텐츠 공정거래 정책방안'을 주제로 정책 실무진과 각계 전문가를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어 전자신문은 "참석자들은 IPTV가 시청자에게 새로운 방송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이고 방송 콘텐츠 거래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기사 제목은 <"후발사업자 위한 진입장벽 철폐 당연">과 <"콘텐트 동등접근, 시장발전 저해할 것">. 산업계 목소리를 그대로 인용한 이날 통기사의 제목만으로도 이날 좌담회의 성격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니 △박노익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과장)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뉴미디어산업과장) △심주교(KT 미디어본부 상무) △윤석암(CJ tvN 대표이사) △황근(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이다.

좌담회 참석자 명단에 현재 콘텐츠 공급에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상파 관계자는 없었다. 이들도 유력한 콘텐츠 공급 주체 중 하나라 IPTV 시장의 콘텐츠 거래에 할말이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IPTV 활성화를 위해 직접 돈을 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방송콘텐츠 거래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가장 강력한 주체는 바로 국민들인 시청자이다. 그저 재미난 콘텐츠 많이 만들어달라는 수동적인 요구가 돈내는 사람 생각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용자의 권리와 미디어 순기능을 위한 요청 등이 바로 여기저기서 남용되어 쓰이고 있는 '미디어 공공성'의 제 모습이 아닐까.

사실 정부와 각 기업들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홍보라인을 갖추고 있어 얼마든지 언론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할 기회가 많다. 실례로 디지털타임즈는 21일자 22면에 박만수 LG데이콤 부사장의 <포럼-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위한 IPTV>를 실었다. IPTV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IPTV 도입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고취된 업계분위기와 사업자 입장의 요구 내용을 다루고 있다.

▲ 디지털타임스 5월 22일자 4면
이어 디지털타임즈는 22일 4면 기사<'콘텐츠망' 동등접근 공방 치열>을 통해 현재 방통위가 홈페이지(www.bcc.go.kr)에 운영중인 IPTV 시행령 관련 온라인 의견 게시판의 토론 내용을 다뤘다. 이 역시도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통신사업자와 한국케이블TV 방송협회, 방송협회 등 방송 및 통신업체 의견 일색이다. 물론 이는 방통위가 온라인 의견수렴 대상을 개인이 아닌 'IPTV관련 협회·단체·사업자 등'에만 국한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나올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시청자의 입장을 직접 반영할 통로는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정부와 산업계가 주도하는 대다수 대형 신규 사업에 있어서, 이용자로서의 국민들 입장청취는 뒷전인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권력기관과 이해당사자의 입장과 압력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찾아 전달하며 지적하는 감시견으로서 말이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07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3,500원으로 월평균 소비지출 221만1,600원의 6.0%를 차지했다. 총 가계소비지출에서 볼 때 통신비 지출이 외식비 지출을 넘어서는 등 통신비 부담은 증가세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가 예상되는 또 다른 유료서비스 IPTV의 도입으로 인해 가계소비지출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장비제도업체와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은 물론 '광고주'인 기업들 역시 IPTV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기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23일 방통위 주최의 IPTV 시행령 공청회에는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등 소수의 시청자 단체쪽 패널도 참석할 예정이다. 언론이 이 공청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한 방통위가 말로만 들러리 격으로 '이용자 후생'을 외치면서 결국엔 국민들 주머니 부담과 불만을 늘려가는, 그 익숙한 정책 결정과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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