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격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금수 KBS 이사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만남과 대화 내용이 언론 등 외부에 유출된 것을 직접적인 사퇴 이유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김 이사장은 이날 낮 12시 러시아에서 귀국하자마자 이사회 사무국으로 전화를 걸어 오후 4시로 예정된 이사회 불참을 알렸으며 사퇴서와 사퇴의 변을 제출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의 변에서 "본인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만남을 가졌는데 그 내용이 보도되면서 신의가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그 내용이 확대되는 것에 책임을 진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2일 김 이사장과의 회동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관련 KBS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정연주 사장의 조기 사퇴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할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으며 사장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을 불러왔다.

21일 오후 4시부터 열린 KBS 정기 이사회는 김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인해 간담회 형식으로 대체됐으며 회의가 끝난 직후 이사 4명이 사의 표명을 만류하기 위해 김 이사장을 만나러 간 것으로 전해졌다.

KBS 이사회 이기욱 대변인은 "김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오늘(21일) 이사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너무 충격적인 일이다. 이후 대응은 이사들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현재 KBS 정연주 사장 퇴진을 둘러싼 이사회 내부의 찬반 구도에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정 사장의 조기 사퇴를 요구하는 친 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과 이에 반대하는 이사들이 '5대 6'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이사장 퇴진이라는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김 이사장의 전격적인 사퇴 표명은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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